하나銀 채용비리 32건 확인...최흥식·김정태·함영주 연루
입력 2018.04.02 10:38|수정 2018.04.02 10:38
    최흥식·함영주 추천 지원자 최종합격 확인
    김정태 회장 연루 의혹...이번 조사서 확인은 못해
    •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 과정에서 32건의 특혜·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당시 부사장)과 함영주 현 KEB하나은행장이 추천한 인물이 최종합격했고,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정황도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2일 하나은행 채용 업무 적정성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최성일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별검사단을 투입해 지난달 13일부터 15영업일간 하나은행을 조사해왔다.

      조사 결과 추천 내용에 '최흥식 부사장 추천'이라고 표시된 지원자가 서류전형 점수 미달에도 최종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류전형부터 추천 내용에 '최종합격'이라고 표시된 한 지원자는 실제로도 최종 합격했다. 추천자는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으로, 추천인 이름 옆에 '(회)'라고 표시돼있어 김정태 회장의 청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김정태 회장의 연루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가 지역 정관계 인사 자녀를 추천해 최종합격한 사실도 파악됐다. 모 시장 비서실장의 자녀였던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합격했다.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는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다. 추천내용에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기재된 한 지원자 역시 서류전형·실무면접 점수 미달에도 최종 합격됐다. 함 행장은 고등학교 동기의 부탁으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 밖에 추천내용에 '청와대 감사관 조카'라고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크게 미달했지만 임원면접에서 점수를 임의 조작해 최종 합격했다. 추천 내용에 '감독원'이라고 표기된 지원자도 2명 있었는데, 이번 조사에선 금감원 내 누가 청탁한 것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또 하나은행은 당시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차등 채용하고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해 면접순위를 조작하기도 했다. 2013년 하반기의 경우 남녀를 4대 1로 차등 채용하기로 했고, 실제로 5.5대 1 비율로 채용했다. 원점수 기준 불합격권인 명문대 지원자 12명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정황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하여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향후 엄정한 수사를 위하여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