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적자 가능성 거론…현대상선과 갈등도
정부 통해 현대상선에 인수 요청했으나 불발로 알려져
"독자 사업 어려워…돈 안받고라도 팔아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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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적으로 출범한 SM상선이 해운업계의 차가운 현실에 고전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대립하며 독자 생존 의지를 보였지만 홀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긴 쉽지 않고 언제부터 이익을 낼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표면적으론 지원과 협력을 촉구하나 물밑에선 정부에 SM상선을 맡아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M상선은 2016년말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하며 출범했다. 유일한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유력 인수후보 꼽혔지만 SM그룹은 가격과 고용승계 등 조건에서 앞서며 승자가 됐다. 작년 베트남 노선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미국 서부 노선도 운항하고 있다.
SM상선은 출범 당시 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작년 매출은 3000억원을 갓 넘겼고 영업적자는 5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1년 적자가 한진해운 노선 인수금액보다 컸다. 인수전에서 현대상선을 이긴 것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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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컨테이너 사업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한 SM그룹은 다양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국내외 선사와 공동으로 중국 및 중동 노선을 새로 개설했다. 그 후 현대상선엔 미주 노선 공동운항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는 아예 SM상선을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통해 현대상선이 SM상선을 인수해줄 것을 물밑에서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SM상선이 출범한 직후엔 두 곳의 원양 국적 선사를 끌고 가자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SM상선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향후 사업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자 현대상선에 SM상선을 인수해 합병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제안을 받은 초기엔 SM상선을 그냥 준다면 어쩔 수 없이 받겠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SM그룹은 비싸게 팔고 싶어했던 터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SM상선이 배짱을 부릴 상황은 아니다. 사업성은 불투명하고 기업 가치도 오를지 미지수다. 매각 한다면 현대상선 외엔 마땅한 답이 없는데 현대상선과 사이도 원만하지 않다.
컨테이너 사업은 단순히 선박과 자산만 인수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항만에 배를 대고 육상에서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손님이 적다고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돈을 쏟아 부어도 손익분기점까지 10년은 걸린다는 평가다. 파산으로 화주들에 손실을 입힌 한진해운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SM그룹은 작년 말 SM상선을 재무구조가 건실한 우방건설산업과 합병하며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당장의 재무 수치가 개선된 것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대상선과 협력 관계 구축도 요원하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미국 경쟁금지법 저촉 우려, 화주들의 기피 등 이유를 들어 SM상선과 협력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두 회사는 여러 해운 서비스에서 ‘1등 타이틀’을 두고 기싸움을 펼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정부는 5일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다. 국적선사이자 산업은행 자회사인 현대상선에 힘이 실리는 정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SM상선이 운용하기 어려운 초대형 선박 건조 지원, 원양선사 일원화 방안 등이 담긴다면 SM상선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관계자는 “SM그룹은 공짜로라도 SM상선을 현대상선에 파는 것이 나을 것이고, 산업적으로 봐도 경쟁 노선은 합치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현대상선도 단기적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인력을 추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서로 조금씩 물러선다면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SM그룹은 "SM상선을 매각하고자 한 사실, 또 정부를 통하여 현대상선에 인수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SM상선의 컨테이너 확충자금에 대한 지원요청을 한 사실도 없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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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05일 09: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