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부재속 대형사고…입지 더 좁아진 삼성증권
입력 2018.04.10 07:00|수정 2018.04.10 10:42
    금융당국 9일부터 삼성證 특별검사
    그룹 "증권은 사고만 치지 말아라"…결국 사고 친 삼성證
    중징계 땐 신사업 올스톱…단기 어음 발행 인가도 '빨간불'
    내부 통제 '허점' 여실히 나타내…'시스템의 삼성' 위상도 흔들
    •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태'는 삼성그룹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동안 금융계열사를 바라보는 그룹 차원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금융계열사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9일부터 삼성증권을 상대로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의 배당 착오, 임직원의 주식 매도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삼성증권은 3년간 신사업 진출 제한은 물론이고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제한됐던 발행어음 인가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직원 실수로 인한 사고로 여길 수 있지만 회사와 그룹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이로 인해 향후 진행돼야 할 사업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안 그래도 그룹에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계열사가 사고를 쳤으니 당분간 그룹의 지원은 물론이고 사업 성장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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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차원에서 금융계열사의 보유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주력 금융계열사의 그룹 내 영향력이 미미했고 이 때문에 삼성증권과 삼성카드의 매각설은 수시로 언급됐다.

      2014년 5월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의 자회사였던 삼성자산운용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며 삼성자산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의 지분율은 늘리지 않으면서 금융계열사 지배구조개편에서 삼성증권은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2015년 대우증권(現 미래에셋대우)과 현대증권(現 KB증권) 등 굵직한 증권사 M&A에 삼성증권이 불참하면서 그룹의 지원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보태는 원인이 됐다. 카드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자체 경쟁력을 잃어가던 삼성카드 또한 구체적인 인수 후보까지 거론되며 매각설에 시달렸다.

      두 회사 모두 삼성생명이 지분율을 늘리며 매각설은 잠시 잠잠해졌으나 여전히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돼 있던 당시만 해도 삼성증권은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며 전례 없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 부회장이 복귀한 이후엔 다시 '보수적 영업 지침'이 내려지며 이전으로 회귀했다. 여전히 '삼성이란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는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경영을 내세웠고 테스크포스(TF)를 신설해 관련 계열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그룹은 '시스템의 삼성'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유호석 삼성생명 전무를 중심으로 삼성그룹 금융경쟁력 제고 TF가 구성돼 있지만 관리·감독, 내부통제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존재하던 시절에 그룹의 경영진단은 금융당국의 검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빡빡하고 징계 수위도 훨씬 높았다"며 "금융계열사 TF가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관리·감독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계열사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보니 사실상 금융계열사의 외부 감시 시스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