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덩치 키우기'...매각가격 '합리화' 과정?
입력 2018.04.10 07:00|수정 2018.04.11 11:48
    3조원이란 매각가격 합리화 하기 위해선 영업력 강화 거론
    GA 지분 투자 통해 나름의 해법 마련 움직임 포착도
    MBK파트너스, 성장전략·매각방식 놓고 고민 깊어질 듯
    • 올해 최대 '빅딜'로 예상되는 ING생명 매각을 위해 '가격 합리화'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ING생명이 우량자산을 보유한 '좋은 보험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3조원대의 가격은 원매자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  결국 신한ㆍKB금융지주 등 협상테이블의 원매자들이 확고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금을 들일만하다"라는 명분이 마련돼야 한다.

      키워드는 결국 이미 인정받고 있는 '현재가치'가 아닌, '미래성장성' 담보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투자업계에서 ING생명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다. 과거 고금리의 국공채를 대규모로 매입해 우량 자산을 보유한 좋은 보험사란 것. 보험사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선호현상도 뚜렷하다.

      그러나 '넥스트'에 대한 답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생명보험업의 특성상 타사와 차별화하는 상품을 만들기도 힘들 뿐더러 금새 쟁쟁사에서 유사상품이 나온다. 다시말해 상품경쟁력으로 차별화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결국 해법은 '영업력'. 삼성생명 ·화재가 영업본부장 출신을 사장으로 앉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매자 입장에서도 3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에 대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로 영업력 강화에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비해 영업력도 떨어지고 있다. 방대한 전문설계사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답보 상태다.  숫자로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신계약 부문에서 전속설계사 채널이 차지한 비중은 53%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6%에 비교해 3%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전속설계사 숫자는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 5400명에 달한다. 빅3를 제외하고는 신한생명 정도가 ING생명보다 많은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전속설계사 채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GA채널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최근 거론되는 대형 GA인 피플라이프 투자 검토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요도가 커지는 GA 채널 확대 전략의 일환이란 해석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지분 100% 인수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GA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수수료에 의존한 사업모델이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채 5%에도 못 미친다. 투자수익률(ROI)이 높지 않은 사업에 경영권 인수까지 나서겠냐는 견해다.

      한 생명보험사 고위급 임원은 “삼성이나 LG가 하이마트를 인수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며 “자사 상품만 파는 것도 아닌데 굳이 대형 GA를 인수할 유인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지분투자에 나선다면 현대라이프가 보유한 지분 25% 인수 또는 일부투자 정도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영업력 강화의 틀을 마련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번 ING생명 매각은 매각자-인수자간 협상 줄다리기는 물론 거래구조나 매각형태에 따른 변수도 예상되고 있다.

      전체 매각대상 규모가 크고 지분이 여전히 많다보니 경영권을 담보한 일부 지분만 매각하는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마침 MBK파트너스의 상장후 락업기간이 5월이면 끝난다.  다만 수익률 극대화와 거래 단순화를 위해서는 MBK 입장에서는 단번에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어떻게든 매각에 나서려는 MBK파트너스로는 가격합리화 및 지분매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