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하고 세금 우려 덜고'…스타일난다의 밀당 매각 전략
입력 2018.04.11 07:00|수정 2018.04.12 09:33
    조(兆)단위 기업가치 원했던 매각 측 한차례 매각 고배
    가격 낮추며 경영 참여로 선회
    '세금'처리 문제 여전히 쟁점…매각가 인하 요인으로 거론
    • 여성 의류‧화장품 플랫폼 업체 스타일난다가 글로벌 뷰티 업체 로레알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한 차례 매각 무산을 겪으며 공동 경영을 통한 시너지 확보로 전략을 바꾼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발목을 잡아 온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해 가격 측면에서 일부 양보를 보인 점도 매각 성사에 기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타일난다의 매각 주관사인 UBS는 우선협상대상자로 프랑스 로레알 그룹을 선정했다. 인수 지분은 70%로, 김소희 대표는 이후에도 잔여 지분 30%를 보유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김 대표는 매각 이후에도 공동 경영 방식으로 브랜드 및 상품 기획에 관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일난다를 운영하는 ㈜난다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0억원 중반 수준으로 추산된다. 일부 일회성 구조조정 비용 및 임직원 퇴직급여 200억원을 반영한 조정 EBITDA는 400억~450억원 수준이다. 이를 고려할 경우 매각가는 조정EBITDA 기준 약 10~12배 수준의 멀티플이 적용됐다.

      스타일난다가 M&A 시장에 나온 건 지난 2016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매각 추진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한 곳과 현대백화점이 인수를 두고 검토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현금거래가 일상화된 동대문의류 도매시장 기반의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불투명한 세금 처리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향후 일회성 손실 가능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예상한 후보들은 인수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김소희 대표가 협상장을 떠나면서 결렬됐다.

      이후 스타일난다는 당시 매각 주관을 맡았던 UBS 인력을 내부에 영입하고 글로벌 컨설팅사 L.E.K컨설팅에 전략 컨설팅을 받는 등 재정비에 나섰다.

      우선 매각 구조에 손을 봤다. 전체 지분을 넘겨 완전히 손을 떼는 대신 잔여지분을 보유한 채 경영에 참여하고, 향후 가치가 극대화된 이후 추가 매각을 고려하는 방식을 고려했다. 카버코리아 이상록 대표 등 먼저 잭팟을 터뜨린 국내 중견기업 오너들이 활용한 방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첫 매각 당시처럼 매각가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하기보단, 향후 김소희 대표가 공동경영을 꾸리며 회사 EBITDA가 상승할 경우 인수 측과 어떻게 분배 할 것인지 등 주주간 계약에 신경을 더 썼다"며 "여전히 세금 이슈 등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금액을 제시하기 힘든 원매자와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춘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의 카버코리아 매각 대박 사례로 국내 뷰티업계가 다시 주목받으며 화장품 브랜드 '3CE'를 보유한 스타일난다의 인수전도 초반부터 흥행을 보였다. 로레알그룹과 일본 시세이도 등 전략적투자자(SI)와 칼라일, CVC,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PEF도 인수전에 참전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김소희 대표와 '센언니' 콘셉트로 동대문 시장을 누린 여성 임원들이 딱딱한 자세를 보여 매각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을 정도다"라며 "회사가 왜 좋아졌는지 물으면 '운이 좋아서'라 답하거나 '인수 이후 다른 사업계획은 없냐' 물어 온 점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회수 전략을 고려했을 때 향후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브랜드파워가 가장 센 로레알이 최종 낙점됐다. 로레알은 BNP파리바, 법무법인 율촌 등을 선임해 협상에 나섰다. 지난 2월 21일에 열린 매니징프리젠테이션(MP)에서도 김소희 대표가 가장 선호하는 인수자로 직접 로레알을 찍어 투자를 구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수를 검토했던 한 국내 PEF 관계자는 "올해도 거래 초반엔 70% 지분 기준 6000억~7000억원 수준을 원했다 보니 가격 조건을 맞추기 어려웠었다"라며 "애초 가격 욕심만 버렸으면 탐나는 매물이었기 때문에 로레알과 김소희 대표 모두 적정 수준에서 조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