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ㆍCVCㆍPAG 등...한국에서 '이름값' 못하는 글로벌 PEF들
입력 2018.04.18 07:00|수정 2018.04.19 09:47
    베인·TPG는 부상...칼라일ㆍCVC·PAG 등 초라
    “거래별 보수 체계가 걸림돌” 지적도
    •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도 나뉘고 있다. 베인캐피탈ㆍTPG 등이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낸 운용사로 부각됐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오래 활동해왔어도 별다른 실적이 없는 운용사들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카버코리아 매각 건을 계기로 주목을 받았다. 보호예수 이슈와 사드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1조원대 휴젤 인수도 단행했다.  이정우 한국사무소 대표는 이에 매니징디렉터(MD)로 승진, 본사 에쿼티 파트너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10년 가까이 한국을 떠나 있었던 TPG도 최근 활동이 활발하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히든 챔피언’ 녹수 인수가 성사됐다. 이상훈 대표는 본사 지분을 가지는 5명의 아시아 파트너 중 한명이 됐다. 이들은 모두 모건스탠리PE 출신이기도 하다.

      반대로 점점 위상이 무색해지는 운용사들도 있다.

      유럽계 CVC캐피탈파트너스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임석정 전 회장이 글로벌 본사 에쿼티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가장 산업 이해도가 높고 인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 받았던 ADT캡스도 멀어진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투자를 해야 할  때 하지 않는회사"라는 지적도 받았다.

      성과보수(Carried Interest) 지급 체계가 CVC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계 PEF의 성과보수 계약은 조합과 조합원의 계약 형태와 유사하다. 운용역들은 조합원으로서 조합 계약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분담하고 성과보수를 수령할 지분을 받는다. 운용역이 회사를 나가더라도 그 계약은 남고, 해당 펀드가 성과를 내면 퇴사 후에도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펀드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여러 지역의 운용역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위험은 분산되고 한 사람에 보수가 몰리지 않는다.

      반면 CVC같은 유럽계 PEF는 개별 거래에서 발생한 성과를 그 투자 담당자가 가져간다. 많이 투자하면 할수록 성공 보수를 가져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투자에 나눠 쓸 PEF 자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운용역끼리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PEF 업계 관계자는 “유럽계 운용사 운용역들은 다른 나라 파트너들의 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투자건이 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려울뿐더러 파트너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20조원을 굴리는 중국계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한국에 사무소를 오래 뒀지만 성과가 적다. 그나마 '영실업' 인수 정도고 이 거래에서도 매각자인 헤드랜드캐피탈과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야 했다. 검토는 많이 하지만 결정적일 때 발을 빼거나 과감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PAG 한국 사무소는 홍콩의 의사 결정을 대신 집행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평가가 있다. 가뜩이나 한국의 힘이 강하지 않은데 전임 앤디신 대표는 대우건설 M&A 도중 사퇴했다. 현재 대표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한국에 많은 권한이 주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양대 산맥인 KKR과 칼라일그룹도 아직은 한국에서 기록이 많지 않다.

      KKR은 1조원대 LS오토모티브 거래로 체면을 세웠지만 OB맥주 M&A의 기억은 바랜 지 오래다. 칼라일은 한국서 활발히 투자해왔으나 2014년 ADT캡스 이후 주춤하며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ADT캡스 매각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활발히 움직인 글로벌 PEF들은 이미 자주 일을 맡기는 곳들이 있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자문사와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