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선 투자금 부담에 사업 전망 '이견'
"건설 사업 줄인 만큼 석화 사업 키워야"
보수적 성향…또 성장에 발목 잡힐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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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이 미국 석유화학 사업에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 성향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림산업은 올 초 태국 최대 석화사인 PTTGC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에 에탄크래커(ECC) 공장을 지어 공동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사업비가 40억달러(4조2000억원)를 초과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내년 중 착공해 완공까지는 4~5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은 미국 현지 법인에 출자한 1400억원으로 토지 일부 매입과 타당성 검토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해당 사업 추진에 이견이 생겨 설왕설래가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와의 미팅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지 말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는 후문이다. 조(兆) 단위의 투자금 부담과 향후 석화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겠느냐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 탓에 시장에서 수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작년 실적이 증권가의 예상치를 하회한데다가, 올해 수주 목표까지 보수적으로 제시하면서 '성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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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몇 년 새 건설 비중이 줄어 그룹의 무게가 석화에 실린 상황이다. 건축·토목·플랜트 등 건설 사업부문 연간 신규 수주액은 2015년 12조9680억원에서 2017년 6조1120억원까지 줄었다. 건축은 절반 규모로, 플랜트는 10분의 1로 축소했다. 이 기간 동안 건설부문 수주 잔고도 30조8020억원에서 24조4870억원으로 25%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의 매출액 전망치도 낮아졌다. SK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작년 12조3330억원이었던 대림산업의 매출액은 올해에 10조3340억원으로, 내년에는 10조3310억원으로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한 신용평가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플랜트 수주는 2015년부터, 건축 수주는 작년부터 본격 축소세로 전환했고, 건설 사업을 줄인 만큼 석화를 키워야 회사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이번 오하이오 사업도 간만 보다 덮으면 사업 기반 및 매출액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하이오 사업은 대림산업 석화부문을 미국 시장으로 확장하는 첫 단추나 마찬가지다. 작년 미국 윌리엄스파트너스가 보유하던 ECC 공장 인수에 실패한 뒤 추진하는 대규모의 미국 사업이라 시장에 주는 신호가 크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건설 수주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잃었던 투심(投心)을 오하이오 사업 추진을 발표하며 조금씩 회복해나가는 상황이었다"면서 "이해욱 부회장이 직접 나섰던 윌리엄스 공장 인수도 가격을 낮게 써 실패하더니, 이번에도 보수적인 성향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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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19일 16: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