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구속에 금융사 '기피부서 1호'로 떠오른 인사팀
입력 2018.04.24 07:00|수정 2018.04.25 10:18
    하나·국민에 이어 신한까지 채용비리 수사 확대
    인사팀 실무진까지 줄줄이 구속
    고속승진 상징이었던 인사팀 기피부서로
    • 금융회사 채용비리 사태에 인사팀 실무자들이 줄지어 구속되고 있다. 고속 승진으로 타 부서에 부러움을 샀던 인사팀은 이제 직원들의 기피부서 1호가 됐다. 과거 인사팀 근무 경력이 있는 직원들도 행여 문제가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 KB금융으로부터 촉발된 채용비리 사태가 신한금융으로까지 번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부터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입행원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지난달 구속됐다. DGB대구은행 실무자 2명도 신입행원 채용비리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수사를 받고 있는 인사팀은 쑥대밭이 됐다. 조사에 협조하느라 사실상 업무정지 상태다. 당초 예고됐던 인사도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으며, 신입사원 채용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인사팀은 전통적으로 직원들의 선호가 높은 부서다. ‘인사가 만사’로 불리는 금융사에서 인사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인사부장의 경우 대게 타 부서 부장보다 임원이 될 가능성이 크고 승진도 빠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인사팀은 서로 들어가기 위해 다투는 자리였다”며 “인사부장 자리는 차기 임원 자리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고 CEO의 측근들이 가는 곳으로 여겨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용비리 수사 이후 직원들 사이에선 기피부서로 불린다. 수사당국이 10년 전 인사파일까지 뒤고 있는 상황이라, 인사팀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자칫 문제라도 생기면 실무진까지 구속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인사업무 ‘포비아’다.

      오너가 있는 회사라면 '회사를 위한 충정'으로 포장돼 배려를 받을 수 있지만 금융사는 다르다. 문제가 적발되면 '꼬리 자르기' 식 퇴사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금융사로 이직은 언감생심이고, 검찰 수사도 회사 조력없이 자력으로 대응해야 하는 형국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진행 된 일이라도 책임은 올 곧이 실무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구속수사까지 들어간 경우 사실상 퇴직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채용관련 모범규범을 만들고 있는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채용비리와 연관된 CEO뿐만 아니라 인사업무 담당자에 강력한 처벌 규정 등이 포함됐으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란 평가다. 이전에도 블라인드 채용, 외부기관 의뢰 등 채용절차 투명성은 상당히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고위급 관계자는 “채용비리 등은 인사업무 담당자의 의사라기 보단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단순히 채용절차 개선 및 처벌강화를 통해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