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 '비싸다'는 기관들...배당주 매력은 주목
입력 2018.04.26 07:00|수정 2018.04.25 17:04
    25~26일 수요예측...마지막까지 해외 롱펀드 확보
    '20% 이상 프리미엄 옳냐' vs '6% 시가 수익률 기대'
    •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메가딜' SK루브리컨츠의 수요예측이 다가왔다. 기관투자가 대상 설명회(IR)에서는 예상대로 '공모가가 다소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SK루브리컨츠의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점과,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루브리컨츠는 해외투자자, 특히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롱펀드(long-fund)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25~26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주당 10만1000~12만2000원으로,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 11.2배에서 13.6배 사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정유 업계 평균 PER이 10배 안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시작된 IR 기간에도 국내 기관들은 대부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SK루브리컨츠가 집중하고 있는 고품질 윤활기유(그룹III) 시장이 일반 윤활기유 시장 대비 성장성이 높긴 하지만, 시장의 성장 전망치가 연평균 3~5% 정도로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과점 시장의 1위 사업자인데다 정유 업체가 호황 싸이클에 들어선 건 맞다"면서도 "SK루브리컨츠에 일반 정유업체 대비 20% 이상의 프리미엄을 주는 게 맞느냐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IPO를 통해 회사가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에쿼티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공모로 조달하는 자금 대부분이 구주매출 주체인 SK이노베이션에 흘러들어가는 까닭이다.

      SK루브리컨츠는 신주 발행 자금 2500억여원으로 기존 생산공장을 리뱀프(성능개선)하고, 미국에 신규 생산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SK루브리컨츠의 하루 생산능력은 현재 약 6만배럴에서 10%정도 늘어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 등 경쟁사의 윤활기유 대규모 증설 움직임을 고려하면 상장이라는 자금 조달 기회를 구주매출로 흘려보내는 건 아쉽다"며 "영업이익률로만 따지면 올해가 꼭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호적인 시선도 있다. 밸류에이션이 다소 비싸더라도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중장기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1조2200억여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여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좋아졌지만, 배당은 최소한으로 한 탓이다. 지난해 3300억여원을 배당하며 배당을 확 늘렸다.

      SK루브리컨츠의 시가총액을 5조원으로 가정하고, 연간 3000억원을 배당한다면 배당을 통한 시가수익률은 6%에 달한다. SK루브리컨츠 역시 해외의 롱펀드를 중심으로 이런 배당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도 관심을 갖는 기관들이 있다. 최대주주 지분과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빼면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24%에 불과하다. 국내에만 설정액이 12조원에 달하는 배당주 펀드가 지분을 담고, 외국계 롱펀드도 들어온다면 실제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은 크게 줄어든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ING생명과 애경산업도 수요예측때 반응은 그저 그랬지만, 상장 직후 유통물량 부족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며 "패시브 펀드 수요까지 생각하면 일단 베팅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동섭 SK루브리컨츠 대표는 수요예측 첫날인 25일까지도 해외 IR일정을 소화하며 롱펀드 투자자 확보에 집중하는 중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둘다 상장되며 생기는 이해상충 논란에 대해서도 SK루브리컨츠는 "SK에너지로부터 공급받는 원료 비중은 30% 정도고 글로벌 가격과 연동돼 인위적인 조정이 어렵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