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ING생명 고가 매각 목표의 딜레마
입력 2018.04.26 07:00|수정 2018.04.27 10:42
    주가 급락에 '불편한 기색'...지분가치 1조 날아가
    리캡으로 장기전 태세...'신한'의 대체제 찾는 모양새
    브랜드 사용만기ㆍ배당성향 우려 등은 여전히 요인
    '원하는 가격'과 '받을 수 있는 가격' 간극 좁히기가 관건
    • 한때 주당 6만원을 넘보던 ING생명보험 주가가 최근 3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4조8000억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3조원대 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폭락은 불과 한달 여 남짓한 기간에 일어났다. 이미 알려진 ING생명 매각을 앞두고 신한금융으로 피인수설이 거론되면서 기관투자가들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경영권이 넘어가면 ING생명의 최대 투자 매력인 '배당성향'이 박해질 거라는 우려에서였다.

      2013년말 ING생명 인수후 5년간 큰 수익을 벌어들인 MBK파트너스로서는 골치아플 상황이 됐다. '배당'과 '리캡', 그리고 '상장'을 통해 투자원금 대부분과 이익까지 회수했다. 이제 경영권 매각만 완료되면 성공한 투자로서 트랙레코드와 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상황인데 뒤늦게 시장의 냉정한 시각을 확인하게 됐다. 무엇보다 "3조원은 받을수 있다"라는 기대감에 상처를 입었다. 출처와 무관하게 신한금융 피인수설로 인해 MBK가 받은 피해가 막대했다.

      여파가 커지자 MBK파트너스는 이달 13일 ING생명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IR레터(기업설명자료)를 긴급 배포했다. "MBK가 보유하고 있는 59.1%의 지분 및 경영권 매각과 관련하여 아직 그 어떤 딜도 성사되지 않았다", "인수자도 전혀 결정된 바 없고,거래와 관련한 어떤 조건도 합의된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ING생명 지분 매각에 대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굳이 '신한금융'에 끌려다니면서,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가격에 경영권을 팔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는 선언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아울러 MBK는 '장기전'을 위한 대비 태세도 갖추고 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ING생명 주식을 담보로 한 자본재조정(리캡ㆍRecapitalization)이 이달 말이면 실행된다. 리캡으로 확보된 돈은 ING생명 인수에 참여했던 투자자(LP)들에게 배당으로 제공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2016년 4000억(1조1000억원 리캡) ▲2014~2016년 6468억원(배당)에 이은 또다른 투자 원리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LP들로서는 만족할 정도의 수익을 받았으니 굳이 올해 안에 경영권 매각을 단행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매각이 연기되면 그 사이 또 다시 대규모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그 사이 신한금융이 아닌 다른 유력한 인수후보를 찾아낼 수도 있다. KB금융이 다시 ING생명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어 강력한 경쟁구도와 가격인상이 야기되는 시나리오도 있다.상장후 1년이 지난 5월 무렵이면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제한(Lock-UP)도 풀리면서 일부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결국 남는 것은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매각으로 기대하는 가격이 어느 정도냐다. MBK로서는 ING생명 투자야말로 국내에서 성사시킨 제대로 된 바이아웃 투자의 '성과'로 기록될 것이니만큼 최대한의 수익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마냥 MBK파트너스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ING그룹과 맺은 ING 브랜드 사용 기한이 올해로 종료된다. 연내 매각이 어렵다면 사명을 바꿔야 한다. ING란 이름이 사라질 경우 미칠 영업력 저하 등은 큰 리스크 요인이다.

      브랜드 사용기한 연장요청도 가능하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매각은 곧 관계 정리를 뜻하기 때문에 약정 기간이 넘어서까지 브랜드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ING본사와 자살보험금 지급가능성 고지 여부를 놓고 소송을 벌여 배상금까지 받기로 했다. 브랜드 사용료 조정에 따른 연장을 선뜻 ING본사가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줄지 판단하기 어렵다. 합의된다 치더라도 아쉬운 쪽에서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지금의 주가하락이 '신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변수다.

      신한이 됐든, 다른 어느 인수후보가 됐든 매각이 되면 지금과 같은 배당성향 유지는 어렵다는 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생각보다 강렬했다. ING생명이 좋은 회사인것은 분명하지만, 상장후 주가가 고공행진했던 것은 결국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달리 말해 주가하락의 요인은 매각이 뒤로 미뤄지더라도 남아있다. 행여 잠시 오르다가도 다시 경영권 매각이 가시권에 접어들면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 입장에서신한금융은 놓칠 수 없는 원매자란 점도 그대로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과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격'의 간극이 커질수록 매각작업은 가시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ING생명 매각은 신한금융이 고용한 딜로이트안진을 통한 실사 단계로, 5월까지는 세부적인 실사가 예정되어 있다. 실사 결과와 함께 매각자와 원매자가 염두에 둔 가격이 서서히 모양새를 드러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