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빡빡하네' 금융 통합감독에 미래·삼성 '속앓이'
입력 2018.04.26 10:44|수정 2018.04.26 10:44
    리스크사례 9건 제시...미래에셋 3건·삼성 2건 등 해당
    특정 사례 염두에 두고 압박...비현실적 지적도
    •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 모습을 갖춰가며 당사자인 7개 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삼성금융계열사가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그룹리스크 주요 유형을 접한 그룹들은 다소 당황한 표정이다. 해당 사례들을 모두 모범규준으로 규제한다면, 현행법상 큰 문제가 없는 자금이동도 모범규준으로 사실상 금지되는 까닭이다.

      금감원은 삼성 등 7개 통합감독 대상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25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그룹리스크의 주요 유형 및 사례'라는 이름으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날 제시한 규제 원칙은 '국제 감독기구 협의회'(Joint Forum)이 2012년 확립한 감독기관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최근 수년간 국내 금융시장에서 진행된 특정 사례에 적용하며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금감원은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가상의 예시'라고 밝혔지만, 사례의 배경이 되는 그룹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은 모두 9가지 리스크유형을 제시했는데,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이 중 가장 많은 3가지에 해당됐다.

      금감원은 가장 먼저 그룹간 교차출자를 문제로 지목했다. 우호그룹간 교차출자엔 보통 매각 등을 제한하는 특약이 부가돼 금융회사의 지급여력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당장 떠오르는 사례는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상호 자사주 교환이다. 지난해 6월 두 회사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지분 7.1%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를 보유하게 됐다. 자사주 처분으로 양사의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금감원은 금융그룹 내에서 차입자금으로 계열사 자본을 확충하는 것도 문제삼았다. 자본적정성 평가시 자본의 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역시 미래에셋금융그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2015년 대우증권 인수 전 미래에셋증권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투입한 3282억원 중 1300억원을 공모회사채로 조달했다.

      해외 특수목적회사(SPC)를 이용한 부외계정 투자도 위험 사례로 꼽혔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SPC를 통해 해외 주가연계증권(ETF)운용사를 인수한 게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금융계열사 역시 금감원이 제시한 리스크사례 중 2건에 해당됐다. 삼성생명이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 구조도를 익명으로 제시하고, 건전성 악화와 평판 훼손 및 고객이탈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중공업이 최근 마무리한 1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주주청약에 참여해 391억원을 출자했다.

      금융그룹 내 모 생명보험사가 변액보험의 과반을 계열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는 리스크사례 역시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도 지나친 계열사 의존, 퇴직연금 계열사 판매 과다 등의 리스크사례에 해당됐다.

      금감원이 이런 최근 사례들을 염두에 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매각제한 특약 없이 서로 우선매수권만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자산건전성을 계산할 때 보유 중인 네이버 주식에 대해 코스닥 주식보다 높은 20%의 위험조정값을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모회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회사 증자에 참여한 것도 리스크사례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최근 BNK투자증권 증자 등 주요 대형금융그룹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자본조달·확충 방안이다. 새로운 규제 원칙이 통합감독 대상 외에 전체 금융그룹에 적용될진 미지수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최근 대표회사인 미래에셋대우 내부에 그룹위험관리팀을 신설했다. 이번 간담회에 대해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준수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금감원은 오는 30일 금융업계를 대상으로 통합감독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6월말까지 그룹위험 실태평가 기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