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매각 움직임...국내 기관은 팔고 외국인은 더 담았다
입력 2018.04.27 07:00|수정 2018.04.30 10:13
    외국인 보유율 37.7%...상장 이후 최대
    국내 연기금 등 '배당매력 없다'며 매도
    주식 유동성 극도로 제한...外人은 급등에 베팅?
    • ING생명보험이 신한금융그룹으로 매각된다는 '소문'이 나온 이후 '배당에 민감하다'던 외국인들이 오히려 추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연기금 등 국내 기관들이 이후 매도로 일관하면서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23일 장 종료 기준 ING생명 외국인 지분율은  37.7%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역대 최고치다. 상장 직후 33%대에 머물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다. ING생명 지분 매각설로 인해 주가가 12% 급락한 지난 11일 잠시 주춤했지만, 외국인들은 이후에도 8거래일 중 6거래일 동안 ING생명을 순매수했다.

      4월 들어 외국인의 ING생명 순매수 규모는 23일 누적 기준 36만여주에 이른다. 같은 기간 개인은 40만여주 순매수했고, 국내 기관들이 67만여주를 순매도했다. 급락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의미있게 반등하며 4만원선을 회복한 23일 흐름 역시 12만여주 외국인 순매수가 이끌었다.

      ING생명은 외국인의 비중이 매우 높은 회사 중 하나다. 11일 주가 급락때도 일부 외국인 매도세가 목격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결국 주가를 끌어내린 건 국내 기관 주주들이었던 셈이다.

      국내 기관 중에서도 특히 배당에 민감한 연기금과 보험사, 그리고 국가기관의 매도 비중이 높았다. ING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배를 넘어서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데다,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일찍 소멸될 거라는 우려에 대거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인수한다면 완전자회사화를 추진할테니 인수 이후에도 주가를 부양할 요인이 전혀 없다"며 "대규모 매물인데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1대 1 구도로 전개되며 주가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슈"이라고 밝혔다.

      ING생명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과 신한금융그룹이 탐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내용이다. 신한금융을 비롯해 전략적 투자자(SI)에게 지분이 넘어갈 경우 당연히 사모펀드(PEF)가 주인일 때보다 배당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11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연기금과 더불어 자산운용사 등 투신에서 13만주가 넘는 매물을 내놓으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한 연기금 주식 투자 담당자는 "ING생명은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지난 2월 고점을 찍었기 때문에 다들 매각 시점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며 "매각의 '명분'이 생기자 우르르 물량을 쏟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외국인이 매도는커녕, 지분을 추가 인수하고 있는 걸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주주의 지분율(59.15%)과 우리사주조합 지분(0.86%)을 고려했을 때, 외국인을 제외한 국내 개인·기관 지분율은 2.3%에 불과하다. 주식 유동성이 극도로 제한돼있는 상황이라, 추후 인수자 확정 등 작은 이벤트에도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에 베팅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대주주 적격성 평가 등을 생각하면 거래 완료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배당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ING생명은 지난해 7월 주당 700원의 반기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외국인들은 ING생명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른 후부터 순매수에 나섰기 때문에, 매수 단가가 높아 아직 매도 시점으로 보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 23일까지 외국인들의 평균 매수가는 주당 4만3540원대로, 국내 기관 평균 매수가 4만1990원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이한 점은 ING생명 인수 의사 타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신한금융지주 주가도 약세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 등을 감안하면 시장 가치만 2조원에 달하는 ING생명 지분 인수시 증자 등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할 거라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5년 3월과 2016년 4월, KB금융이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를 확정했을 때에도 주가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