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쏠린 바이오株, '불안감' 엄습에 옥석 가리기
입력 2018.04.27 07:00|수정 2018.04.30 09:47
    1월 이어 4월 다시 랠리 시작
    회계감리·임상중단 이슈 불거지며 주가 차별화
    "바이오 거품은 사실...수급은 여전히 좋아"
    • '대장주'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이후에도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닥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위주 장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수급이 몰리며 주가를 밀어올리는 까닭이다.

      다만 연초와는 다소 다른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대형주 위주에서 중소형 테마주로 수급이 확대됐고, 이와 동시에 임상 중단 등 내재돼있던 악재들이 표면화하며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KRX 헬스케어 지수는 96.5%, 코스닥 제약지수는 123.3%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바이오 투자지표인 미국 나스닥 바이오 인덱스는 8.8%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가장 오른 기업 30곳 중 80%는 바이오 기업이었다. 필룩스는 5개월간 832.7% 오르며 신라젠에 이은 '텐배거'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월까지 급상승 랠리를 펼친 바이오 업종주들은 2~3월 글로벌 변동성 장세의 여파로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중(美中) 관계가 호전되는 등 투자심리를 가로막던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자, 4월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월 랠리와 4월 랠리의 차이는 '주도주'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1월 랠리를 주도한 셀트리온은 회계 이슈의 여파로 4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4월 중엔 27만원대까지 밀렸다. 연구개발(R&D)비 대부분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쌓아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셀트리온을 포함해 10개 상장사에 대한 감리에 착수하며, 같은 바이오 업종 내에서도 주가 그래프가 갈리는 일이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를 갖춘 기업으로 수급이 쏠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60만원까지 치솟은 이유 중 하나다.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게 신약 개발·임상 중단 이슈다. 한미약품은 지난 13일 폐암신약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국산 신약 27호로 주목받았지만, 글로벌 경쟁 약품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했다. 이어 17일엔 코스닥 상장사 제넥신이 항암치료제 두 종류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실망 매물이 속출하며 두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그렇다고 바이오주 전체가 타격을 입진 않았다. 제넥신 주가가 급락한 17일, 나노물질기반 온열 암치료제 개발회사인 나노메딕스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1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바이오주 관련 수급 여건은 여전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 내 바이오 비중은 20% 안팎, 코스닥150지수 내 바이오 비중은 40%에 가깝다.

      바이오 업종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이 80배를 넘나들며 '거품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19일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한 증권사의 보고서에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 주식들의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문사 운용역은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VIX)가 급락하고 이른바 'FANG'(구글 등 IT주도주) 주가가 급등하는 등 '리스크온'(Risk-on)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이오주 수급은 나쁘지 않지만 지난 1월처럼 '바이오'만 사업에 추가해도 주가가 급등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