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잇기엔 상속세 부담…'승계형 M&A' 열기
입력 2018.04.27 07:00|수정 2018.04.30 10:14
    중소·중견기업, 수중에 현금 없어
    양도세율 인상 연기로 매물 늘 듯
    • 올해도 중소·중견기업의 승계 거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량 기업의 후계자라도 막대한 승계 세금을 낼 만큼 현금을 가진 경우는 드물다. 중소기업 주식 양도소득세율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진 점도 승계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진섬유는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에 신발 섬유를 납품하는 회사로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창립자 최병길 회장은 2004년 일선에서 물러났고 아들 최우철 대표가 최대주주(지분율 36.94%)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오너 일가는 올해 들어 경영권 매각을 검토했다. 갈수록 커지는 회사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상속 세금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M&A 업계 관계자는 “동진섬유는 최 대표가 지분을 이어받을 때 집안의 모든 돈을 긁어 모아 세금을 냈다”며 “3대째 가업승계를 위한 세금 마련 재원은 없고 비상장주식은 물납도 어려워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등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가졌는데 M&A는 잠정 중단 상태다. 고객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오너 일가도 쏟아지는 관심에 혼란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세금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매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유영산업은 작년 말 M&A가 완료됐다. 1992년부터 사업을 꾸려온 정호태 대표는 중소·중견기업 승계 거래에 강점이 있는 VIG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했다. 유영산업이 좋은 가치를 받자 동진섬유 오너도 매각을 검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신발섬유 수위 업체이면서 대표적인 모범 납세 기업으로도 꼽힌다.

      고소작업차 제조사 동해기계항공은 수년간 고속 성장했지만 중국 등 해외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단순히 경영권 지분을 넘겨 가업을 잇는 것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고 세금 부담도 컸다. 해외 사업을 하는 제조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많은 JKL파트너스가 거래 상대로 낙점됐다.

      까사미아는 창업주 2세가 일부 사업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너 일가는 일찍부터 상장 등 다양한 현금화 방안을 구상해왔고 신세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청호나이스도 잠재 매물로 꼽힌다. PEF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가업 승계보다는 경영권 매각을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일부 신생 PEF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승계를 고민할 정도로 명맥을 이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창업자가 수십년간 고군분투한 곳이 대부분이다. 비상장사고 창업자에 지분이 집중된 경우가 많다. 기업은 건실해도 지분 증여나 상속 시 후계자가 세금을 낼 만큼 현금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동진섬유처럼 한 번 승계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세대를 거듭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속세 물납요건이 강화하면서 비상장주식은 물납도 어려워졌다. 웬만하면 물려 받은 지분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한다. 오너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었다면 상속세율은 더 높아진다. 가업을 이을 효용성은 줄어들었다.

      올해부터 직전년도 기준 3억원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양도소득세율이 20%에서 25%로 올랐다. 다만 중소기업 주식에 대한 시행 시기는 내년으로 1년 늦춰졌다.

      M&A 자문사 관계자는 “작년 경영권 매각에 실패해 아쉬움을 토로했던 중소기업 오너들은 또 한번의 기회를 갖게 됐다"며 “올해도 작년처럼 양도소득세율 인상 전에 기업을 팔려는 움직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