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 매각, SKT도 맥쿼리도 다른 '짝' 못찾게 서로 막아놔
입력 2018.05.02 07:00|수정 2018.04.30 18:20
    법적 계약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칼라일·맥쿼리
    정작 거래 종결 '키'는 SKT에
    든든한 회수조항 확보에 가격 인하까지…숙제 놓인 맥쿼리
    • ADT캡스 매각을 둔 매도자와 인수 후보 간 눈치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계약 당사자는 매각자인 칼라일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MIRA, 이하 맥쿼리)다.

      정작 거래 종결 열쇠는 SK텔레콤(SKT)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쿼리 입장에선 SKT와 주주 간 계약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야 하는 동시에 매각가를 둔 칼라일과 SKT의 대치 상황도 조율해야하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그렇다고 SKT도 마냥 유리한 고지만은 아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T도 이번 매각에서 맥쿼리가 아닌 다른 재무적 투자자(FI)와 연합을 통한 재인수시도가 금지돼 있다.

      결국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하는 이번의 매각 시도에서는 결국 맥쿼리-SKT가 서로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짝'인 셈이다.

      맥쿼리는 칼라일로부터 ADT캡스 지분 100%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맥쿼리가 이르면 이달 말까지 컨소시엄을 이룬 SKT와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하고 칼라일과 주식양도계약(SPA)을 두고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SKT측은 맥쿼리가 요구한 회수보장안을 두고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견해차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거래 관계자는 "칼라일과 맥쿼리 간 여전히 이견이 큰 점이 있어 거래 종결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알려졌듯 맥쿼리는 본입찰 이후 S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통상적인 M&A 거래 절차상 칼라일과 협상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초기부터 입찰 절차를 밟아온 맥쿼리로 한정된다.

      이러다 보니 SKT가 직접 협상에 개입할 여지는 대폭 줄었다. 박정호 SKT사장이 협상장이 아닌 언론을 통해 “칼라일이 우리 외에 매각할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서로 밀당하고 있다"고 칼라일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언급된다.

      아울러 예상가로 최소 3조원 이상이 거론되고 있지만 SK그룹내에선 과한 가격이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칼라일 입장에서 우협 선정까지 마쳐놓은 상황에서 다른 인수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SKT에 거래 주도권이 넘어가는 상황을 손놓고 지켜볼 순 없었다. 이러다보니 칼라일도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전략을 마련했다.

      SKT가 컨소시엄 합류 이후 자체적인 ADT캡스 실사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지만 칼라일 측은 막아 세웠다. 계약 주체인 맥쿼리가 이미 실사를 마쳤다는 주장을 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거래 초기 단계에서는 인수 후보들과 비밀유지조항(NDA)를 체결하며 “PEF가 전략적투자자(SI)와 접촉하려면 주관사에 허락 맡아라”라는 깐깐한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인수 후보가 우협 선정 이후 컨소시엄을 이뤄 판을 흔들 경우를 대비한 목적이다.

      SKT로서는 자사를 대신할 대안후보가 없다면 아예 이번의 매각시도를 '무효화'시키고 가격인하를 기다린 후 다음 기회에 인수를 시도하는 방법도 원칙상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매각 측의 그간 시도가 전부 물거품이 될뿐더러, SKT를 초청한 맥쿼리도 거래 종결 기회를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놓치게 된다. 이에 따라 매각 측과 맥쿼리는 SKT의 이런 식의 인수시도가 불가능하도록 SKT와 다른 FI의 연합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마찬가지로 맥쿼리도 SKT가 아닌, KT나 LG 유플러스 등 다른 대안 후보와 컨소시엄 재구성이 막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맥쿼리-SKT 연합이 인수를 하든지, 아니면 딜 전체가 깨지든지 둘 중 하나인 셈이다.

      맥쿼리는 2007년 딜라이브(당시 씨앤엠) 인수 사례에서도 공동투자자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딜을 마친 경험이 있다. 당시는 바이아웃 등을 단행하는 맥쿼리그룹내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PE)이 주체였다.

      씨앤엠 매각자였던 골드만PIA가 매각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곳은 맥쿼리PE였다. MBK는 골드만PIA 측에 깐깐한 조건을 요구하다 탈락해 협상장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맥쿼리와 MBK가 추후 공동 인수를 합의했다.

      법률상으로도 상도의로도 유례가 없는 터라 골드만PIA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거래 종결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모든 계약 조건 협상 창구는 맥쿼리PE로 한정지었다. 결국 MBK는 양 사간 계약조건을 그대로 승계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매듭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는 결국 협상의 주체이지만 SKT와 간극을 조정해야 하는 '중간에 낀' 위치이기도 한 셈. 다만 바이아웃을 통해 큰 수익을 노리는 PEF가 아닌 인프라펀드인 만큼 SKT로부터 든든한 위험방지 조항만 확보되면 빠른 거래 종결을 원할 수 있다는 평가다. "3조원은 절대 안된다"는 SKT의 숙제도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