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vs. 금융당국 끝장 대결, JY 재판에도 영향?
입력 2018.05.03 07:00|수정 2018.05.03 11:20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불사 '배수의 진'
    금감원, "2015년 감리 한국공인회계사회 책임"
    지배구조와 연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 미칠듯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요 주주들 줄소송 가능성도
    • 삼성그룹이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문제를 제기하자 반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와 얽혀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보니 물러설 곳이 없다. 금융당국은 회계기준의 '해석'이 잘못됐다며 삼성그룹의 대척점에 섰다.

      양쪽의 입장차가 뚜렷한 데다 누구 하나 물러서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벼랑 끝 결투의 결과에 따라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배력'에 대한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다 2015년 대규모 이익을 기록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평가 방법을 취득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꾼 영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2대주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인트벤처(JV)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설립 초기엔 사업성을 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엔브렐의 바이오 시밀러 등의 승인이 이어지며 상품성이 확인됐고 콜옵션도 권리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회계기준에서도 한 회사가 독보적 우위를 가질 수 없는 JV에선 지분법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다.

      회계업계에선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지배권을 가질 수 없으니 평가 방법을 달리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해석은 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에 성공했고 그 주식을 갖고 있던 합병된 이후의 삼성물산 기업가치도 높아졌다.

      시간상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이전이지만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이로 인한 부당이득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즉 상장 당시와 유사한 논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과다평가→제일모직 가치상승→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이득을 봤다는 지적인 셈이다. 당시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는 적자기업임에도 불구, 수조원대가 넘는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2일 금융감독원은 1년여의 감리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법 평가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 '고의적인 회계사기'로까지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충당금을 덜 쌓았다거나 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해석'에 대한 시각차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거나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을 상황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기준만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큰 문제 될 것은 없다"며 "회계처리 방식 변경이 회사 상장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라는 두가지 사건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의견을 수령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5년 바이오젠사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견을 전해 왔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 동안엔 감사보고서에도 이러한 내용을 담지 않았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자회견 후 감리 진행 결과를 밝혔다. 2015년 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에서 감리를 벌인 만큼 금감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면서 향후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이슈는 감독당국의 이번 판단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이슈에 대한 '정부의 입장'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합병비율 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였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11조로 인정받아 삼성물산보다 3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그리고 이 논리가 삼성바이로로직스 상장과정에도 유사하게 적용됐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은 역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반영된 비율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그러니 감독당국의 입장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은 승계를 목적으로 불법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선 이런 점이 인정 돼 5년 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선 포괄적 승계작업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고 3심 결과에 이목에 쏠려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당시 합병을 찬성한 당사자들의 줄 소송도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이 과거에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회사를 비롯해 당시 감리를 맡은 회계법인(삼정,안진,삼일)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모두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도 당시의 기업가치를 인정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한 바 있고, 금감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준비한 사실이 감독원 감리결과와 같은 날짜에 시장에 알려졌다. 감독당국은 이 사안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결정과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금감원의 결정은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판단으로 비롯,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 논리를 그대로 차용하면 엘리엇이 주주로서 손해를 본 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마디로 감독당국과 정부의 판단이 엘리엇의 소송에 거꾸로 도움을 주는 형국이 됐다. 그렇다고 이를 부인하게 될 경우 감독당국의 논리가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양새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단순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문제가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대한 판단 문제로 귀결된다”라며 “삼성 입장에서는 한발 짝도 물러 설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