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당분간 공급망 바꾸긴 어려울 듯"
인위적인 단기 시너지 확보 어려워진 해외 M&A
중·장기적 활용처 마련 고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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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KW가 LED 광원은 오슬람 제품을 쓰고 있고, 플라스틱 소재는 유럽 화학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들 공급사를 LG계열사로 바꿀 경우 모든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공급사를 LG화학, LG이노텍 등으로 바꾸기는 어렵다"(LG전자 1분기 컨퍼런스콜)
지난 26일 열린 LG전자의 1분기 컨퍼런스 콜. LG전자는 역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부활’을 선언한 데 이어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M&A 성공 소식을 투자자 앞에서 공식 발표했다. LG전자엔 사실상 '축제'에 다름없는 날이었지만 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 투자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춰야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LG전자가 ZKW 인수에 성공하면 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차량 부품사업 관련 회사들의 시너지 효과도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LG이노텍, ZKW 인수 수혜로 최고가 경신할 듯” 등 미리 기대감을 내비친 증권가 리포트도 한 몫 더했다. 최근 꾸준히 하락 중이던 LG이노텍의 주가도 이를 반영해 컨퍼런스콜 직전까지 반등세를 보였지만, LG전자의 공식 발표 이후 다시 하향세로 전환했다. ‘아우디·BMW‧폭스바겐’등 ZKW의 내로라하는 고객에 LG이노텍의 LED 광원을 납품할 것이란 청사진 실현은 다소 미뤄졌다.
공교롭게도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선 "올해 LCD 패널 가격 하향세가 이어질 듯"으로 내다봐 LG디스플레이 주가 부진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끼린 이제 LG전자 컨퍼런스콜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신중한 시너지 전망을 두고 국내기업들의 대규모 아웃바운드 M&A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사례라는 관전평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인수 직후부터 그룹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경영진을 파견하거나 조직을 장악하려다 우수 인력의 유출로 어려움에 빠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LG전자의 미국 TV업체 '제니스' 인수, 삼성전자의 AST리서치 인수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큰 해외 M&A일수록 인수보다 인수후통합(PMI)이 더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9조원을 들여 전장업체 하만(Harman) 인수를 단행했던 삼성전자도 현지 경영진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면서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에야 사업지원TF를 통해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부품계열사들에 '하만 활용법'을 물색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증권사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비 증설 과정에서 모바일 외 일부 모빌리티향(向) 투자를 검토하면서 장기적으로 하만과 시너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자금력이 빠듯한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추가적으로 차량분야 디스플레이에 공급량을 늘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당분간 ZKW 내 현지 경영진과 직원들의 고용 및 독립 경영을 보장해 각자 사업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그룹 차원의 계열사간 시너지 방안도 중‧장기적으론 꾸준히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인수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박경렬 LG전자 전장(VC)본부 상무는 컨퍼런스콜에서 "과하지 않은 적정 가격으로 인수했다고 판단한다"며 "LG전자가 70%, ㈜LG가 30%를 담당하는 인수 구조 상 그룹 전체의 시너지가 부각이 되는 인수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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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30일 17: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