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ㆍGIC등, 신한과 ING생명 중복투자...이해상충 논란 고심
입력 2018.05.04 07:00|수정 2018.05.08 09:45
    대형 기관 3곳 가량, 신한금융 주주이자 MBK파트너스 LP
    비싸게 팔면 신한금융 손실ㆍ싸게 팔면 펀드서 손실
    이해관계 다른 주주집단으로부터 동의 끌어내야
    • ING생명 인수전에 임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 MBK파트너스의 고민 중 하나는 '중복 출자자'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주주 일부와 ING생명에 출자한 유한책임사원(LP) 일부가 겹치는 것이다.

      신한금융이 가격을 높게 부르면 부를수록 ING생명 인수 가능성은 커진다. 다만 현재 자본구조상 주주가치는 더 크게 훼손된다. 거꾸로 상황도 마찬가지. 결국 ING생명 출자 여부에 따라 주주와 MBK파트너스 펀드 투자자의 입장이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1%)은 MBK제3-2호 사모펀드를 통해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라이프생명유한회사에도 출자했다. 2013년 MBK파트너스에 출자한 블라인드펀드 자금이 ING생명에 투자된 것이다. 출자금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ING생명 매각가격에 따라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받는 보통주 투자자이기도 하다.

      역시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역시 ING생명의 LP 중 하나다. GIC는 2013년 MBK제3호사모펀드 결성 당시 펀드 출자자로 참여했다. 마찬가지로 보통주 투자로 참여했다.

      행정공제회·사학연금 등 국내 연기금 대부분은 금융 대장주 중 하나인 신한금융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동시에 상당수가 라이프투자유한회사에 보통주 및 중순위 우선주(RCPS)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이처럼 중복되는 주주·LP가 대형 기관은 3곳, 중소형 기관까지 합치면 십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의 가치를 높게 쳐주면 쳐줄수록 MBK파트너스에 출자한 투자자들은 내부수익률(IRR)이 커진다. 반면 신한금융 주주들은 직간접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1분기 말 별도기준 신한금융지주의 내부 보유 현금은 제로에 가깝고, 매각할 수 있는 당기손익 금융상품 규모도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7%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에 육박한다. 현재 ING생명 시장가격을 감안하면 1조원 이상의 외부 자본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며 상환우선주 등 비용을 끌어다썼고, 이를 2016년이 돼서야 다 갚았다. 그 사이 신한금융 주주들은 '짠물 배당'을 감수해야 했다. 또 다시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자금 여력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증자 등 추가 출자까지 요구한다면 주주들로선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ING생명 인수는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가 합의한다고 완성되는 수준이 아닌, 신한금융 주주들을 설득할 대의명분이 필요하다. 최근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오버페이(과도한 지출)을 하지 않는 선에서 그룹 전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결국 중복 출자자의 존재는 신한금융 입장에서 부담되는 존재로 꼽힌다. 이들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인해 신한금융지주가 떠안을 부담과, ING생명 매각을 통해 벌어들일 수익을 저울질하는 입장이다. 투자 시점과 기간, 향후 전망에 따라 ING생명의 가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

      다른 신한금융 주주들과도 입장이 다르다. 특히 MBK파트너스와 큰 접점이 없는 재일교포 주주들(지분율 약 20% 추정)은 ING생명 '고가 인수'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은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주주집단을 각각 상대해 이들 모두로부터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인수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주주 부담을 줄이는 '절묘한 가격'을 끌어내야 할 것"며 "쉽지 않은 일인만큼 예상보다 인수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