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이 가른 당락...104년 관계 2000억원과 바꾼 서울시?
입력 2018.05.09 07:00|수정 2018.05.10 09:39
    서울시, 총 4120억 출연금 확보...4년전比 '3배'
    출연금, 세후수입 편입...32조 예산에 섞여 활용
    실제 시민 세무·재무적 편의로 돌아가는지는 확인 불가
    • 서울특별시 시금고 선정 결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출연금 규모가 당락을 가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서울시로서는 입찰로 단숨에 수천억원대 세후수입을 올린 만큼, 이 자금의 활용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실제 사용처에 대한 특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울시 시금고 입찰의 승리자는 신한은행이었다. 32조원 규모 1금고를 확보했다. 이전까지 104년간 금고를 지켜왔던 우리은행은 2조원 규모 2금고에 만족해야했다. 서울시는 윤준병 행정1부시장을 위원장으로 12명의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에 나섰다.

      심사 항목은 총 5개 부문 18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됐다. 신한은행은 신용등급, 재무구조,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우리은행은 수납시스템 구축 및 운영, 수납처리 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는 이런 정성평가를 마친 후 출연금 규모 등 정량평가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출연금 규모가 정성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합산 결과 1점 차이로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을 앞섰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결국 3020억원의 출연금을 써낸 신한은행이 1000억원대의 우리은행을 제친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출연금이 영향을 주는 '시와의 협력사업계획' 항목의 배점은 4점으로, 여기서 신한은행은 가장 높은 평가를, 우리은행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시금고 지정 관련 조례의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을 변경했다. '시와의 협력사업계획' 항목의 배점을 5점에서 4점으로 줄인 대신, '출연금을 기준으로 비교·평가'한다고 명시했다. 이전까지는 '시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 실적 및 계획'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이었다.

      출연금을 높게 쓸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셈이다.

      이 출연금은 서울시에 세후 수입으로 편입돼 예산에 반영된다. 사용처 등 특정한 꼬리표는 달리지 않는다. 32조원 규모 서울시 연간 예산과 한데 섞여 쓰이게 된다. 다만 서울시 1년 예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크다. 지난 7년간 22조원대에서 32조원대로 10조원가량 늘어나기도 했다. 세출이 늘어나는만큼 세입확보도 중요하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은행보다 2000억원이나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신한은행을 서울시가 외면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시금고 운용기관을 선정하며 출연금을 받는 건, 금융기관이 누리는 혜택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시금고 운용기관은 거래 수수료는 물론,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며 대형 공공기관이 거래처로 선택했다는 신뢰의 이미지도 쌓을 수 있다.

      다만 이 출연금이 전체 예산에 편입돼 쓰이는 이상, 목적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금융기관에서 시와의 협력사업 명목으로 내놓은 자금이 실제 시민의 재무적 편의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건 어렵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 행장의 채용비리 연루, 지난 3월 세금고지서 오발송,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연기 등 우리은행의 최근 부정적 이미지가 부담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가 '4년에 한번씩 오는 이벤트'에서 재정확보에 무게를 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완공된 서울로7017에 이어 최근 1000억원이 들어가는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등 개발 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6개월간 매달 50만원씩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대상자를 5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야당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 경쟁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시금고 첫 복수화와 맞물려 이번 입찰에서 입찰에서 총 412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지난 2014년 출연금 규모의 3배에 달한다. 선정 시기도 2014년 당시에 비해 두 달 가량 늦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량평가에서 우리은행은 최하위였고 은행 전체 평가에서도 우리은행은 하위권이었다"며 "1금고 운용 금융기관이 바뀐만큼 내년 1월1일 차질없도록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