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 담당 피츠제럴드 재계약 가닥…외인부대 균열 조짐
입력 2018.05.10 07:00|수정 2018.05.11 10:09
    제네시스 전략담당 피츠제럴드 전무
    정의선 부회장 직접 재계약 추진
    알버트비어만 사장 '반대' 의견…외국인 임원 '갈등설'도
    •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사업부를 이끄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 전무의 계약 연장을 잠정 결정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임원들 간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츠제럴드 전무는 지난 2015년 말 현대차에 합류해 같은 해 신설된 제네시스 전략팀을 이끌고 있다. 임기는 3년이 지나는 올해 말까지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외국인 인재 영입은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에 재직하던2006년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사장을 영입했고, 'K5'로 대표되는 'K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폭스바겐(Volkswagen)과 BMW를 비롯해 벤틀리(Bentley)·람보르기니(Lamborghin)·부가티(Bugatti) 등 슈퍼카 제조업체의 주요 디자이너 및 개발자를 영입했다.

    • 피츠제럴드 전무의 계약 연장은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결정하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현대차 외국인 임원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현재 현대차의 고성능 차량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은 피츠제럴드 전무의 재신임을 반대한 대표적 인사로 전해진다.

      비어만 사장은 BMW 고성능차 브랜드 M시리즈를 완성한 인물로 지난 2015년 현대차에 합류,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의 제품개발을 이끌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올해 정기인사를 통해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의 두 번째 외국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피츠제럴드 전무와 비어만 사장 모두 정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피츠제럴드 전무가 재계약 결정 이전부터 비어만 사장을 비롯한 외국인 임원들과 갈등을 빚어왔고 비어만 사장은 피츠제럴드 전무의 재신임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케팅에 치중하는 피츠제럴드 전무와 기술향상과 고성능 차량 개발에 집중하는 임원들 간에 사업에 관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책임자 교체에 대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내 금융사의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국내에선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자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입지가 아직 미미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위상을 고려할 때 피츠제럴드 전무에 대한 사업적 성과도 그리 높다고 볼 수 없지만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상징적인 의미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피츠제럴드 전무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여서 아직 재계약 여부를 논하기는 이른 편이고 결정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이런 건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고 있지 않으며 비어만 부사장은 피츠제랄드 전무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권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