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확대=주가상승' 공식에 IPO시장 몰리는 PEF
입력 2018.05.11 07:00|수정 2018.05.14 09:48
    2014년 제도 정비한지 4년만에 '봇물'
    국내 상장사 1.8% 짠물 배당...고배당에 주가 '好好'
    지속 불가능 구조·매각 걸림돌 우려에도 '트렌드' 될듯
    •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기업의 기업공개(IPO) 착수가 잇따르고 있다. 2014년 제도개선으로 물꼬를 튼지 4년만이다. 그간 '실익이 없다'며 외면하던 PEF도, '경영권이 불안정하다'던 투자자들도 이제는 인식이 바뀐 모습이다.

      핵심은 배당이었다. 기존 국내 상장사들의 '짠물 배당'에 고개를 젓던 투자자들은 PEF의 공격적 배당 성향에 환호했다. 주가가 오르며 PEF와 투자자가 윈윈(win-win)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6일 현재 연내 상장을 목표하고 있는 PEF 보유 기업은 4곳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과 메릴린치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두산공작기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오는 6월 지정감사인을 신청한다. 한앤컴퍼니의 에이치라인해운도 최근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로 주관사단을 꾸렸다.

      VIG파트너스의 바디프랜드는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대우·모건스탠리와 손을 잡았다. 베어링PEA 역시 지난달 로젠택배 상장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사업착수회의(kick-off meeting)를 가졌다. 본격적인 상장 준비는 올해 하반기 이후 진행될 전망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LS엠트론으로부터 동박·박막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의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 주관사단을 꾸리고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2014년까지 PEF가 대주주인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경영권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거래소의 질적 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다.

      이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바람과 함께 PEF 대주주 기업 상장을 유도하는 정책이 마련됐다. 상장 후 대주주 지분 보호예수 기간을 일반 기업의 2배인 1년으로 하고, 보호예수 만료 전 경영권 매각의 경우엔 인수자가 추가로 6개월을 보호예수하는 조건만 받아들이면 된다.

      PEF들은 IPO를 투자 회수(exit) 방법 중 하나로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고 상장사 경영관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2015년 보고펀드가 삼양옵틱스가 직상장에 나섰지만, 시장의 외면으로 고배를 마셨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하반기의 일이다.

      지난해 5월 상장에 성공한 MBK파트너스의 ING생명은 '주주 친화적인 배당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기배당와 연간배당을 합쳐 지난해 주당 2400원, 총 1968억원을 배당했다. 단순 계산한 시가배당률이 5%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 평균 시가배당률 1.86%의 3배였다.

      이에 힘입어 ING생명의 주가는 지난해 상장 직후 저점 대비 최고 104% 올랐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가치가 오른 주식을 바탕으로 자본재조정(리캡;Recapitalization)에 나서 수익을 조기 실현했다. 담보 가치가 확실한만큼 리캡은 여유롭게 이뤄졌다.

      직상장한 기업은 아니지만, 쌍용양회공업 역시 한앤컴퍼니가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지난해부터 분기 배당을 시작하자 주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간 2배 가까이 뛰었다. 재수 끝에 지난해 6월 상장한 삼양옵틱스 역시 연간 7%를 넘는 시가배당률을 바탕으로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높아진 선호를 바탕으로 ▲상장시 구주매출로 투자 일부 회수 ▲공격적 배당으로 현금 회수 ▲오르는 주가를 바탕으로 리캡을 통해 조기 회수하는 회수 전략을 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연기금 주식투자 담당자는 "PEF 대주주 기업의 주식은 배당 매력이 워낙 좋아 공모가 근처에서 사두면 걱정이 거의 없다"며 "견실한 주가를 바탕삼아 리캡으로 수익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어 대주주인 PEF도 손해보는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자본확충이나 설비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PEF 대주주는 회사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기 전에 '새 주인'을 찾아 매각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매각 과정에선 시장가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 ING생명 주가가 단기 급락하자 매각 실사를 진행하던 MBK파트너스가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던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최근에도 IPO 여부를 두고 한 대형 PEF와 면담의 자리를 갖기도 했다"며 "고배당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확인된 이상 당분간 PEF 대주주 기업 상장은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영업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