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M&A전략에 SM엔터 '전전긍긍'...너무 일찍 사라진 후광효과
입력 2018.05.16 07:00|수정 2018.05.17 10:03
    1년여전 화제 된 SKT-SM엔터 결합, 성적표 두고 논란
    믿었던 SK그룹 광고 물량 '흔들'
    계열사 매각 잦을 SK…보장 두고 깐깐해질 인수자·내부동요 고민
    • SM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SK그룹 내 광고사업부를 인수한 지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뭉칫돈을 들인 만큼 SK그룹의 안정적 광고 수주를 바탕으로 연예기획·엔터테인먼트 본업의 불확실성을 덜어낼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마주친 현실은 험난하다.

      M&A업계에선 SK그룹을 상대해 협상장에 나설 잠재 인수자들에겐 일정 정도 교훈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매도자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확고한 계약 조항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는 풀이다.

      SK텔레콤(SKT)은 지난해 7월 자회사 SK플래닛 소속 광고대행사였던 '마케팅앤컴퍼니(M&C)'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SM컬처앤콘텐츠(SM C&C)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약 660억원이다. SK그룹은 지배구조를 손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고, 실적 부진을 겪는 SK플래닛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당시 하루아침에 SK그룹에서 SM엔터 소속이 돼야 했던 임직원의 반발도 거셌다. 사실상 ‘동등한 수평이동’이라는 SK의 설명에 직원들이 "그럼 최태원 회장과 이수만 선생님이 동급이냐"고 대응한 일화가 회자한 거래(Deal)이기도 했다.

    • 우여곡절 끝에 계약은 마무리됐고 SM엔터가 큰 돈을 쏟은만큼 투자자들의 기대는 컸다. 수익 변동이 큰 연예기획사 본업을 보완할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했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법률상 규제에서 탈피되다 보니 오히려 매각 이후 SK그룹 물량이 더 쏟아지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기대도 나왔다.

      인수 후 약 1년여가 지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숫자'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는 이전만큼 크지 않다. SM C&C는 지난해 연간실적이 적자에 빠진 데 이어 증권가에선 올해 1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연초 광고부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일회성 비수기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고려해도 2분기 이후까지 최소 손익분기점(BEP)을 기록하지 못하면 M&A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일정 기간 실적 버팀목이 될 것으로 믿었던 SK그룹발(發) 광고 수주를 둔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다. 광고대행사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며 인수자가 잠정적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SK그룹 계열사들은 매년 초 광고 제작 및 집행을 담당하는 대행사를 경쟁 발표(PT)를 통해 선정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당시 SK플래닛(M&C)에서 대홍기획으로 대행사를 변경한 이후 올해도 대홍기획과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SK㈜가 기존 제일기획에서 SM C&C로 대행사를 변경했지만, 상품 광고가 없는 지주사 광고는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평가다.

      가장 큰 손인 S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M C&C와 현대차그룹 광고대행사 이노션을 함께 전담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 양사 간 경쟁 강도는 이전보다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 그룹 내부 수주에 대한 규제는 강화됐고, SM C&C는 물론 이노션도 외부 고객 확보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과거 그룹 내부 고정 수익으로 간주했던 프로젝트가 경쟁사로 이전됐을 때의 여파는 더욱 클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선 연초 이노션이 두 건의 SKT 광고를 연달아 따내면서 SM C&C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M&A 당시만 해도 인수자인 SM엔터가 일정 기간 SK그룹의 수혜를 보장받지 않는 한 거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SM C&C측에서도 투자자설명회(IR)를 통해 구체적인 기간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분간 SK그룹 광고 물량 확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SK그룹 내에선 "물량 보장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한다. 그룹 내 한 계열사 광고 담당자는 "4~5년 전만 해도 계열(In-house) 광고사가 그룹 물량을 못 따면 '이변'으로 간주됐었고 비슷한 수준이면 도와주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과거 그룹 소속이었던 점이 미래 광고 수임을 보증하는 것은 지금같은 사회 분위기에선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M&A를 단행하는 만큼 사업부 분사와 계열사 매각도 잦다. 지난해에도 SK엔카를 매각했고 SK증권 매각도 진행 중이다. SK증권 매각 과정에서도 향후 SK 계열사들이 발행할 채권 주관업무 등 일정 정도 그룹의 보장이 거래 향방을 가를 것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SM엔터의 사례가 향후 M&A 협상 테이블에서 SK그룹을 상대할 잠재 후보들에 일정 정도 신호를 줬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서면 혹은 계약상 보장 없이 '신사협정'만으로 협상에 나설 경우 언제든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SK그룹 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구성원들의 예기치 못한 사기 저하 문제로 이어져 골머리를 썩는다는 후문이다. 분사 및 사업부 매각이 잦은 데다 그룹에서 분리 이후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 사례가 쌓여 직원 사이에선 '최대한 버텨야 한다'는 위기감이 더 강해진다는 시각이다.

      증권사 통신 담당 연구원은 “당장 11번가를 꾸리는 SK플래닛도 사업부 분사 당시 고용 및 승진 보장에 보너스까지 받았지만 회사 존속이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중간지주 전환이 거론되는 SKT내에서도 벌써부터 분사를 피하기 위해 비통신 업무 및 지방 근무 인력이 본사 관리 부서로 이동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