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반대 의견에 "법 모른다", "선동한다" 비난하는 현대차
입력 2018.05.16 15:33|수정 2018.05.17 09:59
    "ISS 국내법 몰라"...ISS 지침에는 해당 내용 적시돼
    회사가 선택한 분할합병 시점, 주주 이익과 다를 수 있어
    '장밋빛 전망'도 합리화 논리...'승계목적 숨기자니 무리해'
    • 글로벌 의결권 자문업체 ISS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권고하자 현대차그룹이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다만 반박이라기보다는 "ISS가 외국회사라 국내법을 모른다",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한다" 등의 표현이 담긴 '비난' 성격이 강하다. 정작 핵심사항인 '분할ㆍ합병비율' 논란에 대해서는 "글로비스 주식을 함께 받으니 주주들에게도 이익 아니냐", "전문가 의견 받아 합법적으로 산출한 비율이다"라는 과거 주장만 반복했다.

      오히려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장밋빛 전망만 반복하고, ISS를 과소평가하는 모양새에 외국인 주주들의 반감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16일 입장자료를 통해 "ISS는 해외 자문사로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분할합병 비율은 엄격한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하게 산출됐다"고 밝혔다. ISS의 공신력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상은 현대차그룹이 이해하고 있는 반대다.

      ISS는 매년 갱신하는 '한국 의결권 행사 지침'(Korea Proxy Voting Guidelines)을 통해 "한국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상장 기업간 주식 전환 비율을 과거의 가격과 거래량에 근거한 특정 공식에 의해 결정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일반적인' 회사 자산 매각·합병·지주회사 전환에는 찬성표를 던지도록 권유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한 측의 주주들이 가지는 수익이나 의결권의 영향력이 불균형'하다고 판단할 때 반대를 권유한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은 이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

      ISS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이 부당하다고 제시한 게 아니다. 현대차그룹에서 제시한 분할합병비율이 부당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반대한 게 아니라는 의미.

      지배구조 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 비율상 승계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택했고, 그 시점이 모비스 외부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는 엇갈린다는 점을 ISS가 지적한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산정한 분할비율에 ISS가 멋모르고 딴지를 걸었다는 인식으로는 그 어떤 외국인 주주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SS가 반대를 제안한 다른 이유는 이번 분할합병의 전략적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ISS는 지침을 통해 '경영 전략상 해당 거래가 합당한지, 회사가 제시한 가치(value)는 어디에서 도출되는지, 비용 및 시너지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낙관적이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반박 자료에서 "핵심부품,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과 같은 미래기술 확보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모비스가 지속성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라고 역설했다. 2025년 지금보다 영업이익률을 2배로 높이겠다는 수치도 내놨다.

      이는 현재 현대모비스에 지분을 가지고 있고, 분할합병에도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는 국내 우호적인 기관투자가조차 '수사(修辭)에 불과한 말'이라고 평가하는 내용이다. 7년 후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에 이번 거래가 승계를 위한 땅 고르기 작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니 '분할합병은 타당하며 이것만이 모비스의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건데, 설득력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다시 '주주가 설득해야 할 존재인가'에 대한 이슈도 제기된다.

      주식회사 제도 내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이사회는 주주로부터 경영을 위탁받은 존재인 까닭이다.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현대차그룹'의 대의명분과 논리로 현대모비스 주주 설득에 나선 것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해해줄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ISS는 주식매수청구권 거래 기회 역시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지침에는 '한국 법에 따라 정해진 자사주 매입 가격이 주주들에게 거래 기회나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지 고려한다'고 돼있다.

      현대모비스의 주식매수청구가는 23만3429원이다. 지난 10일 현대모비스 종가는 23만15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보다 떨어졌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이 현대차그룹의 주장대로 모비스 주주들에게 큰 이득을 주는 것이라면, 애초에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를 넘을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투자업계에서 흘러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합병안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지분율은 30.17%, 외국인 지분율은 47.7%다. 국민연금이 9.82%의 지분을 들고 있어 캐스팅보트(casting-vote;결정적 투표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