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우여곡절 따라 뒤늦게 소환되는 'M&A 프로젝트名'
IB 대표들 성향따라 천차만별 "신화에서 알파벳까지"
-
#ADT캡스는 우여곡절 끝에 SK텔레콤-맥쿼리인프라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알려졌듯 칼라일이 2014년 타이코(Tyco)로부터 인수해 약 4년여만에 1조원 가까운 매각 차익을 얻었다. 칼라일의 인수 당시 프로젝트명은 타이코의 첫 자를 딴 '트로이(Troy)'. 뒤늦은 해석이지만 SK텔레콤이 이번 거래에서 막바지에 맥쿼리인프라를 '트로이 목마'처럼 활용한 것과 맞물려 회자되고 있다.
#M&A시장 뿐 아니라 산업계를 뒤흔든 금호타이어 매각. 매각자인 KDB산업은행과 인수 후보였던 중국 더블스타의 내부 프로젝트명도 다시금 화제다. 산업은행은 프로젝트 '마운틴(Mountain, 산)', 더블스타는 '레이크(Lake, 호수)'. 얼핏 산과 호수의 목가적인 풍경이 떠오르지만 실상은 박삼구 금호타이어 회장의 몽니와 맞물려 혼란에 연속이었다. 산업은행 실무자 사이에선 “초반엔 산 넘어 산 정도일 줄 알았는데 점점 거래가 산으로 간다”며 애초 프로젝트명을 잘못 지은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왔다.
M&A 특성상 보안 유지가 최우선인 만큼 IB들은 해당 매물 혹은 인수 후보들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프로젝트명을 정한다. 주로 인수 혹은 매각 주관을 담당하는 IB 내 헤드급 인력 혹은 전략적투자자(SI) 내 임원들의 성향에 많이 좌우된다는 평가다.
회사명 혹은 해당 국가 앞글자를 따 무난하게 프로젝트 이름을 짓는 게 대다수지만, M&A 과정과 맞물려 뒤늦게 언급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골드만삭스PIA에서 MBK로 주인이 바뀐 대성산업가스의 프로젝트명은 대성(Daesung)의 앞글자를 딴 '드래곤(Dragon, 용)'이었다. 공교롭게도 2014년 골드만삭스PIA가 인수를 추진할 당시 프로젝트명은 '가스통(Gastong)'이었다. 가스통은 프랑스에선 사람 이름으로 쓰이는데, 자연스레 산업 특성(?)이 반영됐다. 그래서 “가스통이 용 됐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이외에도 지난해 M&A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유니레버의 카버코리아 인수 프로젝트명은 ‘그레이스(Grace, 우아함)’였다.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프로젝트 이름 중 하나는 동물 이름이다. LG그룹의 ZKW 인수 프로젝트명은 앞 글자를 딴 ‘지브라(Zebra, 얼룩말)’였지만 거래 종결은 만 3년이 걸렸다. 롯데쇼핑도 과거 중국 진출 당시 현지 쇼핑몰 ‘타임스(Times)’를 인수해 교두보로 삼았는데 프로젝트명은 ‘타이거(Tiger, 호랑이)’였다. 이름이 무색하게 철수하게 됐다. 이외에도 KKR의 LS오토모티브 인수에선 각각 ‘쿠거(Cougar)’와 ‘라이언(Lion, 사자)’이 쓰였다. 아웃바운드 거래의 경우 해당 국가 특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 기업 인수의 경우 여지없이 ‘코알라(Koala), 캥거루(Kangaroo)’가 활용된다는 후문이다.
창의성이 번뜩인 프로젝트명도 보인다. CJ헬스케어 딜(Deal)의 경우 매각 대상의 보안유지 못지않게 인수 후보들의 보안을 유지하는 점도 중요했다. 주로 PEF들의 각축전이 예상됐기 때문에 사전 눈치싸움도 치열했다. 고심 끝에 각 PEF의 이름을 딴 완성차 이름이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칼라일(Carlyle)은 시빅(Civic), 한앤컴퍼니는 현대(Hyundai)가 활용됐다.
도시명을 선호하는 PEF 운용사도 있다. 최근 동부대우전자 매각을 마무리한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도 첫 글자를 따 프로젝트 '더블린'(Dublin)으로 지었다. VIG파트너스(당시 보고펀드)는 에누리닷컴(현 써머스플랫폼) 인수 당시 앞글자 를 따 에든버러(Edinburgh)로 지었다. 비데업체 노비타(Novita) 거래엔 나이로비(Nairobi)가 활용됐다. 이외 다른 거래에서도 ‘로마(Rome)’ 등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도시도 종종 활용되는데, 과거 KT는 KT렌탈 매각 당시 프로젝트 '울산(Ulsan)‘, KT캐피탈 매각 당시엔 프로젝트 '천안(Cheonan)'이라고 붙였다. KT렌탈의 산업특성을 고려해 자동차 산업 도시인 울산이 쓰였고, 천안은 '캐피탈'의 앞 자인 'C'를 활용됐던 작명이었다. 당시 일부 후보는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하며 '울산에 간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회사 재건에 나선 현대상선은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인수전에서 스페인 무적함대 이름을 따 ‘아르마다(Armada)’로 지었다. 일부 IB대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오딧세이(Odyssey)’ 등 고대 신화에서 프로젝트 명을 따기도 하지만 난해한 철자 탓에 눈총만 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대로 단순히 알파벳 한 글자로 회사를 구분하는 IB도 종종 보인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