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찬성시 2000억 손해볼 수도...모비스 투자액이 글로비스 4배
입력 2018.05.21 07:00|수정 2018.05.19 20:19
    단순 지분율 낮지만 간접지분 포함시 모비스 지분율 높아
    ISS 계산 단순 적용하면 분할합병시 국민연금 손해 막대
    •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이 통과될 지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 중 하나는 국민연금공단의 판단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2대 주주이자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이다.

      현재 보유 지분율을 기준으로 따지면 모비스 지분가치가 글로비스 지분가치보다 훨씬 크다. 단순 지분율은 글로비스쪽이 높지만, 간접 지분율까지 포함하면 모비스 쪽이 더 높아진다. 의결권 자문기관 2곳이 모두 '모비스 주주들이 손해'라며 반대를 권고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에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3월말 기준 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이은 단독 2대 주주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지분가치는 2조2703억원이다.

      국민연금은 글로비스 지분 역시 10.80%를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백기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에 이은 3대 주주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지분 가치는 6075억원이다.

      국민연금의 자금은 모비스에 더 많이 들어가 있지만, 지분율은 글로비스쪽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간접지분율을 포함하면 구조가 약간 바뀐다.

      국민연금은 모비스의 최대 주주인 기아자동차의 지분 6.52%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율(16.88%)를 감안하면 기아차를 통한 모비스 간접 지분율은 1.10%다. 현대제철을 통해서도 모비스 간접지분 0.46%를 보유한다.

      글로비스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글로비스의 주요 주주인 현대차의 대주주 중 하나다. 지분율을 감안한 글로비스 간접지분율은 0.41%다.

      간접지분까지 모두 합치면 국민연금의 모비스 총 지분율은 11.38%, 이를 포함한 지분 가치는 2조6318억원에 달한다. 글로비스에 대한 총 지분율은 11.21%, 지분가치는 6307억원이다. 모비스에 대한 지분율, 지분가치가 모두 글로비스를 앞선다. 모비스 지분가치는 글로비스의 4배를 훌쩍 넘어선다.

      이번 분할합병에서 모비스 주주들이 유리할수록 국민연금도 유리함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국내외 5개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한 목소리로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반대를 권고하고 있는 까닭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분할합병비율은 ISS가 계산한 '공정한 분할합병비율'과 비교해 모비스 주주들에게 12%의 지분 희석 피해를 준다. 글로비스 주주들은 반대로 12%의 가치 증가 효과를 누린다.

      이를 현재 국민연금 지분가치에 단순 대입해 계산하면 모비스 지분가치는 2조2703억원에서 1조9979억원으로 떨어진다. 반면 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6075억원에서 6804억원으로 오른다. 두 회사 지분 가치를 합산하면, 국민연금이 약 20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에도 양 사의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됐음이 뒤늦게 밝혀지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찬성 배경엔 양 사의 지분 가치 차이도 정량적인 요건으로 작용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5%의 가치는 약 1조3000억원이었고, 삼성물산 지분 11%의 가치는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에 다소 유리한 비율로 합병을 해도 국민연금은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가 일부 작용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를, 해외 자문기관으로 ISS를 선임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 주주총회 시즌에는 주로 CGS를 활용하고, 해외 의결권 행사 및 이벤트성 임시 주주총회에선 ISS를 주로 활용한다. 두 자문기관 모두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삼성물산 사태로 전 이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어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결권 행사를 상시 검토하며 의결권행사위원회를 서포트하는 상설 조직을 빨리 만들어야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더 이상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