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체면 구긴 현대차 자문사들
입력 2018.05.24 07:00|수정 2018.05.24 06:27
    화려한 진용 불구 실패한 지배구조개편
    골드만•NH證 등 '책임론' 대두 가능성도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현대차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합류한 자문사들은 힘이 빠지게 됐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며 주주총회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오점'을 남긴 자문사들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추진에 앞서 화려한 자문단 구성을 완료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NH투자증권, 김앤장 법률사무소, 레이텀 앤 왓킨스(Latham & Watkins), 삼일PwC가 공동으로 자문을 맡았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본시장에서는 현대차와 돈독한 관계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4년 현대차가 발행한 해외주식예탁증서(GDR)의 블록세일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의 굵직한 딜(Deal)을 도맡아 왔다. 지난 2011년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삼일PwC와 현대차 측 자문을 담당했다. 한때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2014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이노션 지분 매각을 성사시켰다.

      이후 한동안 현대차그룹과 연이 닿지 않았던 골드만삭스는 지난해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초 현대차 구조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고, 이후 현대차의 지배구조개편 작업도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발표로 한동안 현대차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골드만삭스가 예측한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올해 초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본격화하고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의 공세가 거세지자 현대차그룹은 골드만삭스를 다시 불러들였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자문을 맡았던 점도 자문사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란 평가다. 이후 정형진 골드만삭스 대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현대차그룹에 드나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실무를 맡았던 NH투자증권은 올 2월 말 자문단에 합류 실무 업무를 맡았다. 윤병운 IB 1부문 대표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1년여 전부터 현대차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는 삼일PwC는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방안을 고안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한 현대차는 향후 보완책을 마련해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지배구조개편 작업에 참여한 골드만삭스와 주관사단의 재참여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실패한 것은 시장 상황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한 원인도 크다"며 "주관사단 또한 일정부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