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원 한남, 결국 '민간 임대'로 선회해
HUG 보증 얻지 못해 차입금 상환 위기
유동성 문제로 새 사옥 매각설까지 돌아
일각선 "나인원 한남서 수익 못 남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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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이 자회사 대신F&I(옛 우리F&I)를 통해 야심차게 추진하던 '나인원 한남' 사업이 암초를 넘지 못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안고 시작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놓여 사옥을 내놓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했다. 여러 모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평가다.
대신F&I는 최근 나인원 한남을 민간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선(先)분양을 강력히 원했으나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대비 낮은 임대가를 제시, 우선 HUG 보증부터 획득하겠다는 계획이다. HUG와 용산구청의 승인을 얻은 뒤 이르면 내달 중 나인원 한남을 임대 공급할 전망이다.
대신F&I는 나인원 한남 분양가로 3.3㎡ 당 6360만원을 고집해왔다. 이 계획 대로 분양에 성공하면 약 1조7000억원이 들어온다. 사업비가 1조4000억원가량이니 3000억원의 사업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구상이었다. 대신증권 작년 당기순이익(614억원·별도 기준)의 5배에 이르는 큰 금액이다.
그러나 HUG가 '4750만원 위로는 분양 보증해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발목을 잡혔다. 대신F&I는 '분양가를 30%나 낮출 수는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 지난 2월 HUG로부터 보증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차입금이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조성, 금융권에서 9000억원을 조달하면서 '5월 28일까지 HUG 보증 획득 후 입주자 공고를 내지 못하면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기한이익 상실(EOD)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달 NH투자증권이 백기사로 나서 대출채권을 총액 인수하기 전까지 대신증권은 위기 타개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대신증권이 자랑거리로 여기던 새 명동 사옥을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내놓는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은 사업 수익이 줄어든 것 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라고 평가한다. 본업 경쟁력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신금융그룹 전체의 역량을 모조리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대신F&I의 나인원 한남 사업 성공을 위해 PF를 주선하고, 관련 금융 상품을 만들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비(非) 부동산 투자나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 계획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내부에서는 "부동산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인력 이탈이 줄을 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나인원 한남 사업에 경고 신호를 보내왔다. HUG에 의해 분양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적정 담보인정비율(LTV)을 유지하려면 자금의 추가 조달이 필요해서다. 이 경우 대신F&I의 나인원 한남 관련 위험 노출액(Exposure)이 50%대까지 상승,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결국 대신F&I는 '대신증권에 부담을 줄 정도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밝혔다는 전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이 나인원 한남으로 부동산 대박을 노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이기지 못하고 두 손을 든 셈"이라고 말했다.
이제 대신F&I는 나인원 한남의 임대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평형에서 4년 뒤 분양가를 미리 확정해 임대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임대 공급은 흥행할 수 있지만, 미래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인근에서 임대 공급한 '한남 더 힐'은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대신금융그룹이 나인원 한남 사업에서 수익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HUG에서 제시한 4750만원으로 분양 시 대신F&I에 유입되는 대금은 1조3500억원 수준"이라면서 "광고비와 대행사 수수료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면 사업비(1조4000억원)를 줄일 수는 있다지만, 수익은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명동 사옥 매각은 나인원 한남 사태 이전부터 추진하고 있었다"며 "성공한다면 영업용 순 자본비율(NCR) 상승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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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