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빌딩, 간만에 등장한 강남 알짜 매물…삼성화재 임대 기간 '변수'
입력 2018.06.11 07:00|수정 2018.06.12 09:23
    2004년 GFC 매각 후, 8만㎡ 이상 첫 매물
    센트로폴리스·강남N타워, 새 주인 눈앞
    삼성화재 마스터리스中…짧은 잔여 임대 기간 '부담'
    •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서초빌딩은 15년 만에 강남권역(GBD, Gangnam Business District)에 등장한 프라임(Prime)급 오피스 매물이다. 희소성 있는 매물인 탓에 부동산 관련 운용사들의 관심이 많다. 최근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거래 열기를 비춰볼 때 높은 가격의 매각이 예상된다. 마스터리스(전체 임대)를 통해 임차하고 있는 삼성화재의 잔여 임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삼성물산은 지난 2월부터 건설 부문이 보유한 서초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빌스코리아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고, 주요 인수 후보 업체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면서 매각을 진행해왔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해외 기관투자자 등이 관심을 보여왔다.

      삼성물산 서초빌딩은 지난 2004년 강남파이낸스센터(GFC) 매각 이후 처음으로 GBD 권역에 등장한 연면적 8만㎡ 이상 프라임 오피스 매물이다. 지난 20년간 프라임 오피스 거래는 총 150여 건에 달하지만 연면적 8만㎡ 이상 빌딩 거래는 15건에 불과했다. 이 중 대부분이 종로와 종각 일대의 도심권역(CBD) 거래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GBD 권역에 연면적 8만㎡ 이상 오피스는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서초빌딩을 비롯해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파르나스타워 등 3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서초빌딩은 매물로 나오기 힘든 상징적 자산인 '트로피에셋'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들어 '트로피에셋'으로 평가 받는 주요 프라임 오피스는 새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Centropolis, 공평동)는 영국 푸르덴셜보험 계열사인 M&G리얼에스테이트가 인수 후보로 낙점됐고, 역삼동에 위치한 강남N타워도 KB부동산신탁이 인수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센트로폴리스는 M&G리얼에스테이트가 약 1조1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 국내 오피스빌딩 거래 최고가 갱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수가격은 3.3㎡ 당 2700만원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서초사옥의 경우 입지 여건이 좋고,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강남에서 보기 힘든 트로피에셋 중 하나로 분류된다"며 "센트럴폴리스, 강남N타워, 써밋타워 등 트로피에셋의 인수전에서 투자자들의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서초빌딩에도 관심을 보이는 후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뜨거운 인수 열기에도 불구하고 변수가 있다. 마스터리스 중인 삼성화재의 임대 기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6년부터 현재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 기간은 2021년 9월까지다. 보증금은 약 250억원, 월 임대료는 26억원 수준인데, 매년 1개월씩 무상임대(렌트프리)를 제공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를 망설이는 후보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화재의 계약 연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후 대형 임차인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역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긴 하지만 현재처럼 30층이 넘게 마스터리스 하는 임차인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인수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초빌딩 매각은 삼성물산의 투자재원 확보가 목적이다. 현재 서초빌딩의 장부가액은 6000억원으로, 최근 거래 사례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매각금액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현금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추후 있을 자금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속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요구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최근 삼성전자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일부 지분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나머지 보유 지분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일부 인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서초빌딩 매각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1조원 규모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진행하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