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지주의 '노른자', 현대오일뱅크 상장 '딜레마'
입력 2018.06.15 07:00|수정 2018.06.19 09:25
    현대중공업지주 가치 사실상 현대오일뱅크와 동일
    두 회사 차이점에 대해 투자자 의문 제기
    회사 무대응에 투자자들 불만 커져
    • 올 하반기 진행 예정인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앞두고 상장사인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의 주주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요 사업이 '현대오일뱅크 지배'인 상황에서 굳이 현대중공업지주에 투자를 지속해야할 유인을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가 투자자 소통에도 소홀하다는 지적이 얽히며 벌써부터 현대중공업지주에 대한 투심(投心)이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상장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다. 하지만 사실상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사업을 갖고 있지 않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의 투자 포인트를 ‘중공업 이름을 단 정유사’로 뽑고 있기도 하다.

      이는 지난해 매출구조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중공업지주 매출(연결기준)에서 로봇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3.7%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전체 매출의 74.5%가 정유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가 좋아서 현대중공업지주(현대로보틱스)를 분석’한다는 리포트틀 내고 있는 판이다. 이 리포트에선 사업 내 순자산가치(NAV)가 70%가 넘는 현대오일뱅크를 중심에 두고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비단 이 리포트뿐 아니라 대부분의 리포트들이 현대중공업지주 주가 분석을 향후 유가 전망과 현대오일뱅크의 사업포트폴리오별 이익성장 전망에 기반해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측에선 상장을 통해 들어온 자금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강화한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청사진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자체 사업인 산업용 로봇 사업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이름은 그룹의 지주회사지만, 막상 그룹의 핵심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종속회사가 아니다. 지분율이 낮아서다.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손익만 현대중공업지주 실적에 반영된다. 현대중공업지주지만 중공업 지주사가 아닌 정유 지주사인 셈이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지금은 현대중공업에 투자하고 싶으면 현대중공업 주식을 직접 사고, 현대오일뱅크에 투자하고 싶으면 현대중공업지주를 사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가 별도로 상장하고 나면 굳이 현대중공업지주에 투자해야할 유인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 SK루브리컨츠는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에도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루브리컨츠의 사업상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일부 제기됐다.

      이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의 오래된 문제이기도 하다. 모회사, 자회사, 손자회사까지 모두 상장사인 경우는 선진국 증시에서 흔치 않다. 알짜 자회사가 상장해 수급이 빠져나가면, 모회사는 주가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가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불만도 쌓이고 있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상장시점이 얼마 안 남았지만, 회사의 성장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상장을 밝히기 이전보다 오히려 투자자 접촉에 소홀하다는 비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회사측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상장을 앞두고 예민한 시기라 답변할 수 없다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라며 “이전보다 회사와 소통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