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 화살 피한 한화, 승계 고민은 ‘진행 중’
입력 2018.06.22 07:00|수정 2018.06.21 18:55
    삼형제 모두 그룹 중심 계열사 신사업 담당…'조용한' LG와 대비
    일감몰아주기 회피 위한 지배구조 정비…'에이치솔루션'은 굳건
    '경영기획실' 해체 이후 김동관 전무 핵심 인력 향방도 관심
    • 한화그룹은 최근 오너일가가 소유해온 한화S&C에서 손을 떼고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는 내용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법률상 일감몰아주기 규정에서 완전히 회피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과녁에서 한 발 벗어나겠다는 포석이다.

      급한 불은 끈 모습이지만 김승연 회장 아들 삼형제로의 승계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분간 세 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가치 부양에 힘을 쏟으며 승계 시기를 조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세 형제는 일찌감치 한화큐셀, 한화생명, 한화건설 등 그룹 주력 계열사에 포진해 신사업 발굴을 담당했다. 구광모 LG그룹 상무가 조용히 사업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점과 대비된 행보다. 지난해엔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구설수에 얽혀 스스로 승계 명분을 잃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명분과 성과를 쌓는 동시에 물밑에선 세 형제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전 한화S&C)의 가치 부양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한화큐셀코리아의 출범 등 사익 편취를 둔 논란도 끊이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늘려가며 지주사 ㈜한화와 분리된 또 하나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앞으로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감독이 점차 강화되는 만큼, 현금 보유가 충분한 자회사 한화종합화학 등을 통한 M&A로 전략을 수정할 전망이다.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에 나섰지만, 세 형제간 ‘교통정리’ 문제는 골칫거리다. 일찌감치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한 LG그룹이 별다른 분쟁 없이 승계를 진행한 점과 달리 한화그룹은 각 형제가 두루 경영에 참여해 왔다. 승계의 핵심인 에이치솔루션 지분도 세 형제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각 형제와 연을 쌓은 임원 및 자문인력 간 알력다툼도 이어져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까지 유력하게 거론되는 승계 방안은 제조부문와 금융계열사 간 계열 분리다. 오랜 기간 집중해 온 태양광을 비롯한 제조 계열사를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맡고, 금융 부문을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따로 떼어 내는 방안이다. 그룹 내에선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주도로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건재해 승계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며 일축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 경영기획실이 해체되며 민구 한화큐셀 전무 등 김동관 전무 측근들의 향방도 그룹내외의 관심거리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화큐셀 미국법인장을 맡은 민 전무의 향후 ㈜한화 복귀와 동시에 승계 작업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