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기존 경영진 도움 필요
계열사들 청사진 확보 골머리
"그룹 색채 바꿀 기회"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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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개 계열사·연 매출 160조원·임직원 21만명’
재계 순위 4위 LG그룹이 40세의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장자인 구광모 상무가 키를 이어받게 됐다.
짧게는 원활한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에서부터 중·장기적으론 사업 안정화 및 신사업 발굴까지 수많은 과제들이 새로운 리더싶 앞에 쌓이고 있다. 주주와 투자자 앞에 비전을 제시하고 선장을 잃은 내부 조직을 다독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고비도 남았다.
LG는 지난 5월 구본무 회장의 별세 직전 구광모 상무를 지주사 ㈜LG의 등기이사로 추천했다.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를 승인하고 이후 이사회를 통해 구 상무의 직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구광모 상무의 ㈜LG 지분율은 6.24%로 고(故) 구본무 회장(11.28%)과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 일부만 상속받더라도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잇다.
상속세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LG 주가와 상속세율을 감안하면 구 회장의 상속 지분에서만 최소 2000억원(어머니․여동생과 분할상속시)에서 최대 9300억원(단일 상속시) 이상의 세금이 발생한다. 재계에선 구 상무가 보유한 계열사 판토스 주식(7.5%) 등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구 상무가 그룹을 이끌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별다른 검증이 없었다는 점이다.
삼성·현대차 등 그룹들은 오너 일가의 3·4세들이 표면적으로라도 일찌감치 그룹 내 신사업을 맡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LG그룹은 최근까지도 현업은 구본무 회장이, 신사업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총괄했다. 구 상무의 나이가 올해 40세에 불과하고 그룹 내에서도 사업부를 이동해가며 조용한 경영수업을 거쳐왔기 때문에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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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구광모 상무 체제로의 전환기에 기존 경영진이 일정 정도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각 계열사 경영을 이끈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 6인의 전문 경영인들이 구 상무를 보좌해 조직 분위기를 다독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의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5년간 연간 5조원에 달하는 현금(EBITDA)을 창출해온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發) LCD 패널 공급 과잉으로 1분기 적자에 빠졌다. LG화학은 사이클 산업 특유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전기차 배터리·바이오 등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수익 창출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LG전자와·LG이노텍·LG유플러스 등 ‘전자 소그룹’은 미래 청사진 확보가 시급하다. 스마트폰 사업은 조단위 손실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IoT·클라우드·로봇 등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가전과 TV 외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은 점점 커진다. 특히 구본무 회장 시절 그룹 차원 역량을 쏟았던 전기차 부품 및 미래차 분야 경쟁력을 구 상무 시대에도 이어가며 실적으로 보여야 하는 점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리더십 교체가 그룹의 색채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M&A 대신 R&D', ‘변화보단 안정에 치중’한다는 LG그룹에 대한 평가에서 탈피할 기회라는 시각이다.
3년여 시간을 들여 글로벌 전장사 ZKW 인수에 성공한 경험은 해외 조단위 M&A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후 ㈜LG 내 전략실 산하 M&A 조직을 새로 꾸려 사업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또 그룹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해 벤처투자(VC) 펀드를 조성하는 등 그간 보수적 행보에서 탈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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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