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져가는 ING생명 매각...돌아선 '신한'ㆍ불쾌한 'KB'
입력 2018.06.26 07:00|수정 2018.06.28 09:52
    MBK, 유리한 조건 고집하다 신한금융과 협상 결렬
    유력 후보 KB는 '심드렁'...협상설에 불쾌감 표현도
    ING생명 매각 당분간 공회전 불가피...기업가치 훼손 우려
    • MBK파트너스의 ING생명보험 매각 시도가 점점 더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MBK가 자사에게 유리한 가격과 조건만 고집하다 스스로 불리한 지경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지속적으로 원매자와 접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수후보가 뻔한 상황이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신한과 협상...'좁혀지지 않는 간극'만 확인하고 5월에 종료

      일단 주요 후보 가운데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신한금융그룹의 ING생명 인수 협상은 4월말 배타적 협상기간이 끝난후 지난달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이 제시한 경영권 지분 30% 우선 인수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괄매각을 주장했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ING생명 지분 59% 전체를 최소 주당 5만원씩 총 2조4500억원 이상에 매각하겠다는 MBK파트너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중레버리지비율과 자본여력상 신한금융에게 30% 지분 우선 인수 조건은 '마지노선'과 다름없었다. 주주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고 신한금융지주가 출자할 수 있는 한계선은 1조5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가격 이슈도 있었다. ING생명 주가는 연초 이후 줄곧 5만원 아래를 밑돌았다. 주주들에게 "오버페이(과도한 가격 지불)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신한금융은 4만원대를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보고 협상에 임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3~4개월간 ING생명을 들여봤지만 만족할만큼 실사를 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깊이 있는 실사를 위해 세계 최대 계리법인인 밀리만을 선임하길 원했다. 하지만 밀리만은 이미 MBK파트너스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었다. 결국 신한금융은 결국 딜로이트안진을 계리자문사로 선임했다. 밀리만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계리법인만큼의 깊이있는 자문을 받지 못했고, MBK파트너스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제한됐다는 게 신한금융의 판단이다. 이에 신한금융은 실사 미흡에서 오는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4만원대 가격 제시에는 이 같은 신한금융의 고민이 녹아들어 있었다는 것. 그러나 협상 초반 주당 6만원대까지 고려하던 MBK파트너스는 신한의 고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가장 마지노선조차 주당 5만원대 수준이었다는 것.

      결국 양사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만 확인한 채 협상을 종료했다. 다시 재협상이 시작된다고해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시작도 안했는데..." 강제 초청(?)에 불쾌해진 KB금융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과의 협상이 최종결렬되기 직전까지 KB금융그룹을 인수전에 참여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협상에 탄력이 생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KB금융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인수자간 경쟁 입찰을 통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프로그레시브 딜'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까지 했다.

      그럼에도 KB금융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자안내문(IM) 수준의 자료를 제공받으며 관심을 보이는 수준을 유지했다. KB금융은 MBK파트너스와 신한금융간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MBK파트너스와 KB금융이 ING생명 인수 협상을 시작했고 지분을 분할해 살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KB금융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KB금융은 "ING생명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관심이 있다'라는 수준에서 변한 것이 없다"며 "오해를 살만한 접촉조차도 없었는데 이런 얘기가 어떻게, 어디서 나오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사실 MBK파트너스에게 있어 KB금융은 신한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력한 인수후보다. 하나금융그룹은 애초에 인수전 참전 의지가 거의 없었다. 또 ING생명의 중국·유럽 등 해외 매각은 과거에 비해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오히려 철수하거나 영업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더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B금융과의 협상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지만 협상을 시작도 하기전부터 반감만 사버린 모양새가 됐다. KB금융이 기다렸다는 듯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려진대로 MBK파트너스는 올해 말 ING와의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생보사에게 있어 '브랜드 파워'가 가지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MBK파트너스에게 썩 유리하지 않다. KB금융과의 협상설을 부인하는 공식 보도자료에 사용한 'ING 생명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후보들과 협상할 수 있는 단계'라는 표현에서 MBK파트너스의 고심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ING생명의 현 기업가치가 바로 지금이 '최고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ING생명에 도약을 위한 '넥스트 플랜'(next plan)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MBK파트너스가 지금 같이 고배당 성향을 유지하며 투자 회수에만 집중한다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은 깎여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과 그로 인해 치솟은 주가를 생각하면 배당 정책을 함부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투자자금을 배당과 상장으로 모두 회수한 MBK파트너스가 왜 그렇게까지 조건을 고집했는지 의문스럽다"며 "지금보다 ING생명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