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證, 2분기 CERCG 손실 반영한다...중소형사 실적 '먹구름'
입력 2018.06.27 07:00|수정 2018.06.28 09:53
    IFRS9상 공정가치평가해 손실 반영해야
    일부 증권사 80% 반영 예정...현대차證 "처리 검토 중"
    상품 취급 영역 커지며 '예정된 사고' 시각도
    "이런 사건 한두번 더 터지면 중소형사 일부 문 닫을수도"
    • 현대차투자증권 등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사태와 연관된 증권사들이 관련 손실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할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가 80% 이상 손실 추정치를 반영하기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익스포져(위험노출) 규모가 가장 큰 현대차투자증권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자기자본과 수익규모가 충분치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고위험 상품에 손을 대며 '사고'의 우려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BNK투자증권·KB증권·유안타증권·신영증권 등 CERCG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보유 중인 증권사 5곳은 오는 8월 발표하는 2분기 실적에 관련 내역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전면 시행된 금융상품 관련 국제회계기준인 IFRS9이 금융회사 보유한 유가증권의 가치 변동을 당기 손익에 즉각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CERCG 관련 크로스 디폴트(Cross-default;교차 부도)는 지난달 11일 발생했다.

      CERCG 관련 총 익스포져 1650억여원 중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11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 2분기에 대규모 평가 손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0억원어치 ABCP를 인수한 KTB자산운용은 해당 자산을 보유한 KTB 전단채 펀드에 수익률에 이미 손실을 반영했다. KTB운용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해당 자산 중 총 80%를 손실 처리했다. 이로 인해 4000억원 규모의 해당 펀드 수익률이 3.8%나 급락,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는 집합투자업자로서 운용 원칙상 추정 손실이 발생한 자산에 대해 80% 이상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고유계정으로 해당 ABCP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각 사별로 리스크관리 원칙과 해당 채권의 상환 가능성을 종합 고려해 공정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증권사 중 가장 익스포져가 큰 곳은 현대차투자증권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500억원 규모의 CERCG관련 ABCP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단 2분기 중 해당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어떻게 처리할 지 외부 자문을 구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ABCP의 만기는 11월이다. 크로스 디폴트가 곧 해당 ABCP의 부도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 '전액' 손실 반영할 계획은 없다는 게 현대차투자증권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11월에 해당 ABCP가 상환되지 않으면 현대차투자증권은 결국 500억원을 손실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연간 연결 당기순이익(589억원)의 85%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1분기 171억원의 사상 최대 분기순이익을 냈다.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실적 추이가 올해 내내 지속된다 해도, CERCG 관련 손실을 반영하면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9억원)의 10배에 달하는 200억원의 익스포져를 보유한 BNK투자증권 역시 위험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익스포져 규모가 크지 않은 증권사 중 한 곳은 일단 2분기에 80%를 손실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외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영업과 상품취급 범위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며 사고가 잇따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100억원당 200만원씩, 총 1000만원 안팎의 단순 중계수수료 수취를 위해 이번 거래에 나섰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기회가 마땅치 않은 국내 상품보다는 수익률 눈높이가 높은 해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어찌보면 예견됐던 사태"라며 "신흥국 관련 상품을 취급하다 보면 언제든지 비슷한 구조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CERCG 관련 ABCP처럼 1000억원대 규모의 상품에서 한 두번 더 사고가 나면 일부 중소형사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013년 한맥투자증권이 400억원 규모의 주문 실수로 인해 파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