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일몰 눈앞인데…구조조정 PEF 활약 여건은 미성숙
입력 2018.06.28 07:00|수정 2018.06.29 09:34
    기촉법 빈자리…혁신펀드 출범에 해외 펀드도 기웃
    성공 사례 드물어…민간 참여 늘겠지만 효과 의문
    낮은 수익성·경직된 금융사·시장 미비 등 걸림돌 산적
    •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이달 말 사라지면서 채권단 주도 기업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때를 같이 해 구조조정 역할을 맡을 펀드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기촉법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간 주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시장 여건이 성숙하지 않아 시기상조란 반론도 나온다.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의 법적 근거이자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상징이다.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후 일몰과 재입법을 거듭하며 유지돼왔는데 이번엔 이달 30일이면 명을 다한다. 기촉법 연장을 위한 개정안은 발의돼 있으나 국회가 공전하면서 당분간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하반기부터 구조조정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기업구조혁신펀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정부는 작년 말 민간 중심 부실기업 상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기업구조혁신펀드 출범 계획도 밝혔다. 이 펀드는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등이 출자해 만든 모(母)펀드로 민간 운용사(GP)들이 운용하는 자(子)펀드를 거느린다. 후순위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절반씩 매칭해 총 1조원 규모로 운용된다. 새 먹거리를 기대하는 10여곳의 민간 GP가 관심을 보였고, 이 중 3곳을 추리기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펀드 출범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이번 펀드는 민간의 손실 부담은 줄이고 자율성은 높임으로써 워크아웃보다 효율적인 구조조정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간의 구조조정 시장 참여를 늘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성공 여부는 점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간 주도 구조조정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출범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는 2000년대 중반 들어 쇠퇴했고, 이후 한동안은 구조조정에 투자하려는 자본 자체가 없었다. 구조조정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2010년 들어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가 도입돼 5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아직 청산한 곳들이 많지 않아 성공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독점해 온 구조조정 시장의 참여자를 다변화한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유암코 체제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보다 우량하고 손 쉬운 기업에 투자하려 한다면 다른 민간 펀드와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하자니 관리 역량이 받쳐줄 지 미지수다.

      금융회사들의 경직된 의사 결정 체계도 큰 걸림돌이다. 금융사들은 ‘관리’엔 관심이 많지만 ‘개선’은 뒷전이다. 펀드가 대신 구조조정을 해주겠다고 해도 마다하거나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례가 많았다.

      M&A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금융논리만 앞세우다가 법정관리가 목전에 있거나 회생시키기 너무 늦었을 때야 결단을 내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회사가 어려워질 때부터 금융사가 채권을 내놓을 때까지 새어 나가는 가치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다 상업적인 국내외 대형 PEF들도 구조조정 시장에 얼굴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NPL), 메자닌 등 투자에 특화된 글로벌 크레딧펀드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한화종합화학 소수지분 인수를 진행 중이고 이랜드월드 투자도 검토했다. KKR은 최근 아시아 크레딧펀드에 새 수장을 앉히고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를 결성했다.

      간간히 터지는 대형 경영권거래 외에 구조조정 등 특수 상황의 투자 기회도 잡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역시 성과를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PEF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형 크레딧펀드들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회사의 채권을 싸게 산 후 금융회사들과도 협상해 채무를 조정한다”며 “채권자들은 회사가 망가지기 전에 적절한 가격에 회수하고 크레딧펀드는 향후 정상 회사를 매각해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금융사와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공정한 가격도 형성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을 빼면 믿을 만한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펀드들이 구조조정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채권 거래가 활성화 되도록 자본시장이 개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