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증시, 김 빠진 자본시장…견고해진 대형사 과점
입력 2018.07.02 10:17|수정 2018.07.03 09:16
    [2018년 상반기 집계][전체/유상증자 주관·인수 순위]
    NH證, 현대重 증자 단독주관으로 전체 주관 1위
    초대형 IB 5곳 5위까지 석권...점유율 80% 육박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주식자본시장(ECM)은 증시 침체와 더불어 힘을 쓰지 못했다.

      사상 최대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을 계기로 사모 시장화가 고착된 주식연계증권(ELB) 시장도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 두 공룡 조선사가 증자를 진행한 유상증자 시장만 체면치레했다. 주관 순위도 여기서 갈렸다.

      29일 인베스트조선이 발표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ECM 전체 공모 규모는 4조90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조7506억원 대비 27%나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말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시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급등한 증시가 올해에도 추이를 이어가며 상반기 코스피지수 3000, 코스닥지수 1000 달성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유통시장의 활황은 발행시장에도 호재이므로 발행시장 역시 호황을 누릴거란 분석이었다.

      현실은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3월을 기점으로 증시는 약세로 돌아섰고, 코스피 2400선, 코스닥 850선이 무너지며 박스권 하단을 다시 탐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설상가상 SK루브리컨츠가 잘못된 공모가 정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공모를 철회하기도 했다. SK루브리컨츠의 철회가 공모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도 컸다. 이후 근 1달간 이렇다 할 공모가 진행되지 않았다.

      IPO와 ELB 모두 거래가 뜸했던 가운데, 유상증자 시장은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 잇따라 증자를 결정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올 상반기 한달 간격으로 무사히 공모를 마친 덕분이다. 상반기 ECM 총 발행금액 중 유상증자(3조9585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 이런 유상증자 시장을 석권한 NH투자증권이 올 상반기 ECM 주관 1위도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밀려 3위에 그친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시장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내며 선두로 복귀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의 1조23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했다. 1조4088억원 규모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서도 공동대표주관을 맡으며 유상증자 부문에서만 1조7004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부문 2위 한국투자증권의 3배에 달한다.

      이어 삼성중공업 증자에 함께 참여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2위와 3위를, 미래에셋대우 우선주 증자를 맡은 삼성증권과 KB증권이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지난해 펼쳐진 '빈익빈 부익부' 순위가 재연된 모양새다. 초대형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IB) 5개사가 순위표를 싹쓸이한 것이다. 실적 편중도는 더 심해졌다. 지난해 연간 기준 초대형IB의 주관 실적 점유율은 65%였는데, 올 상반기엔 79%로 뛰어올랐다. 이 5곳을 제외하면, 12곳의 중소형 증권사가 기록한 주관 실적은 모두 합쳐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하반기 최대 공모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 IPO는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 미래에셋대우가 공동주관을 맡는다.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롯데정보통신은 미래에셋대우가, 상장예심을 통과하고 신고서 제출을 눈 앞에 둔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초대형IB제도 도입 이후 투자 여력과 인력을 갖춘 대형사에 발행사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트랙레코드(실적)까지 편중되며 이 같은 양극화현상은 점점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