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신규 수주 늘며 실적 반등 가능성 커져
저하된 경쟁력에 호황기 와도 이전과 같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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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엔진사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성사됐다. 변하는 조선업 전망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조선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 지는 미지수다. 중국 조선업이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경쟁력 저하로 업황이 턴어라운드 하더라도 충분한 수혜를 보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산엔진은 사모펀드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STX엔진은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각각 인수했다. 조선경기 침체로 매각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 이후부터 업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매각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국내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 실적도 좋았다. 신조선 수주가 72.1% 증가하며 세계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을 비롯해 친환경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가 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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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발주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내년부턴 건조단가 상승도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친환경이다”라며 “건조단가 상승시기는 내년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선박 엔진사 인수에 나선 점도 이런 기대가 반영됐다. 2~3년 뒤면 조선업 호황기가 온다는 전망이 많다. 3강 체제로 이뤄졌던 국내 조선사 경쟁구도 변화도 감지된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조선사마다 특화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궁극적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삼성중공업 2강 체제로 변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조선업 호황이 오더라도 과거와 같은 독식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조선업체들이 급성장하며 해양플랜트 등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 증권사 조선 담당 연구원은 “최근에 나온 해양플랜트 발주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갔다”라며 “유가 상승기에 발주사들이 중국업체에 발주를 줘 국내 업체와 경쟁구도를 만들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주요 먹거리였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다시금 나오고 있지만, 이전처럼 무턱대고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
글로벌 시장에선 군함 건조 등 방산부문이 조선사의 주요 먹거리로 떠올랐지만 여기서도 뒤쳐진다. 일례로 이탈리아로 넘어간 STX프랑스의 경우 주력인 크루즈선뿐만 아니라 군함건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국가인 러시아 군수선박마저 건조하는 실정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항공모함 경쟁에 뛰어들면서 러시아, 인도로 까지 군비 경쟁이 한창이다”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여전히 국내 방산 발주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선박 부품사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 대기업이 주도하던 사업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두산엔진 매각과정에서 방산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접촉이 있었지만,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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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