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과점 심화...'자본이 곧 순위'인 시대 왔다
입력 2018.07.05 06:00|수정 2018.07.05 07:27
    상반기 자본시장, 상위권 증권사 실적 쏠림세
    파이 줄어든 ECM, 시장 커진 DCM 가리지 않아
    "트랙레코트 편중되며 실적 쏠림세 가속화 전망"
    • 초대형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IB) 도입 이후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리그테이블 순위를 가르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베스트조선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했다.

      주식자본시장(ECM)은 예상보다 파이가 줄어든 가운데 초대형IB 5곳이 대부분의 거래를 독식했다. 금리 상승 우려로 발행 수요가 늘어난 채권시장(DCM)에서도 기업들은 '이왕이면 큰 곳'을 찾아 발행을 맡겼다.

      29일 인베스트조선이 발표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상반기 ECM 전체 공모 규모는 4조90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조7506억원 대비 27%나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말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시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월을 기점으로 코스피 2400선, 코스닥 850선이 무너지며 박스권 하단을 다시 탐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설상가상 SK루브리컨츠가 잘못된 공모가 정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공모를 철회하기도 했다. SK루브리컨츠의 철회가 공모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도 컸다. 이후 근 1달간 이렇다 할 공모가 진행되지 않았다.

      IPO와 ELB 모두 거래가 뜸했던 가운데, 유상증자 시장은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말 잇따라 증자를 결정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올 상반기 한달 간격으로 무사히 공모를 마친 덕분이다. 상반기 ECM 총 발행금액 중 유상증자(3조9585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이런 유상증자 시장을 석권한 NH투자증권이 올 상반기 ECM 주관 1위도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밀려 3위에 그친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시장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내며 선두로 복귀했다.

      이어 삼성중공업 증자에 함께 참여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2위와 3위를, 미래에셋대우 우선주 증자를 맡은 삼성증권과 KB증권이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DCM에서는 KB증권이 경쟁자를 제치고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가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2분기에만 3조원 이상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며 단숨에 2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차이는 3000억원 정도로 양사의 2위 다툼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된다.

      상반기 리그테이블 순위의 가장 큰 특징은 주식 채권 가릴 것 없이 지난해 펼쳐진 '빈익빈 부익부' 순위가 재연됐다는 것이다.

      ECM 순위표에선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초대형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IB) 5개사가 순위표를 싹쓸이했다. 실적 편중도는 더 심해졌다. 지난해 연간 기준 초대형IB의 주관 실적 점유율은 65%였는데, 올 상반기엔 79%로 뛰어올랐다. 이 5곳을 제외하면, 12곳의 중소형 증권사가 기록한 주관 실적은 모두 합쳐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DCM도 마찬가지다. 전통의 강자 KB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을 제외한 초대형IB 4곳이 ECM과 마찬가지로 순위표를 점령했다. 이들 4곳의 시장 점유율은 66%로, 지난해 말 61%에 비해 5%포인트나 올랐다. 시장 파이가 늘었음에도 대형사 편중 현상은 오히려 심해졌다.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초대형IB제도 도입 이후 투자 여력과 인력을 갖춘 대형사에 발행사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트랙레코드(실적)까지 편중되며 이 같은 양극화현상은 점점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