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 강조하지만…'큰 손' 선점 경쟁에 '무게'
'자문료 대신 지분' 스타트업 특화 로펌 등장한 美 법률시장
"국내 로펌 지배구조상 자문료 해결 불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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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로펌들의 판교 진출이 이어지던 지난 5월, 업계에선 작은 기싸움이 벌어졌다. 법무법인 세종이 국내 로펌 중 첫 판교 진출을 알리자 곧바로 법무법인 태평양이 ‘법무부 인가 기준’으론 자사가 최초라는 입장을 냈다.
새 먹거리 선점이 걸린 로펌들의 다급함이 반영된 해프닝으로 회자된다. 로펌들은 판교 진출을 통해 스타트업 및 청년 창업 육성을 지원하는 등 정부 시책과 맞춘 점을 강조하지만, 업계에선 점차 현금이 쌓여가는 판교 내 IT 및 게임사들과 접촉을 늘리려는 속내에 주목한다. 대외적으로 내건 스타트업 자문은 현재 법률시장 비용 구조상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로펌 내외에서 나온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IT·포털 및 대형 게임사들이 M&A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더블유게임즈의 DDI 인수(9436억원), 넷마블게임즈의 카밤스튜디오 인수(9200억원) 등 판교에서 조단위에 육박한 거래들이 쏟아지며 각 로펌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다소 침체했지만 넥슨코리아의 넷게임즈 인수, 넥슨제팬의 해외법인 출자, 카카오엠(멜론) 합병 등 굵직한 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부 로펌들은 판교 내 기업들과 일찌감치 유대를 쌓아오기도 했다. 세종은 카카오에서 파생된 거래를 전담하며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초창기 네이버와 한게임 분할을 깔끔히 해결하면서 자문을 이어가고 있다. 광장도 판교 진출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수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들의 오랜 고민은 판교 내 확산된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브랜드파워다. 지난해 각 게임사들의 해외 '빅딜'에서도 국내 로펌 중 오직 김앤장만 선임됐다. 판교 기업 대부분이 큰 M&A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해당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거래인만큼 고민 없이 국내 선두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찾는다는 평가다. 경쟁 로펌들로선 판교 기업과 스킨십을 늘려 실력을 증명할 필요가 점차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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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로펌들이 판교 진출 명분으로 내건 ‘스타트업 지원’은 오히려 현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질적인 ‘비용문제’가 거론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대형 로펌 내 파트너 변호사들의 시간당 비용은 80만원에 육박한데다, 독립(부티크) 로펌도 30만원을 넘나든다”며 “스타트업 회사들이 대형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받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판교·테헤란로·성수동 등 스타트업들의 성지로 거론되는 지역엔 대형 로펌 이전에 부티크 로펌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IT 전문 검사로 활동한 구태언 변호사가 설립한 테크앤로, 성수동에 위치한 마스트, 스타트업 자문사로 일찌감치 자리잡은 세움 등이 대표적이다.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규제 관련 대관업무가 필요할 때 협회 차원에서 대형 로펌들을 고용할 수 있지만, 개별 회사가 이른바 5대 로펌을 고용하긴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자문을 받거나 스타트업 대표 중 법률 지식에 해박한 분들에게 알음알음 자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선 스타트업들의 자문료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들이 고안됐다. 초기단계 기업들의 자문료를 회사 지분으로 받거나 유예해 주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구글(Google) 창업 초기부터 법률자문을 맡아 자문료 대신 지분을 받은 미국 로펌 '윌슨 손시니 굿리치앤 로사티(Wilson Sonsini Goodrich & Rosati)'가 대표적이다. 구글이 상장하며 지분을 보유한 변호사들이 ‘대박’을 거둔 이후 자문료 유예·지분 거래 등 스타트업에 맞춤형 로펌으로 거듭났다. 펌 내에선 변호사들이 VC 못지 않은 스타트업 발굴 노하우까지 보유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형 로펌에선 이 수익구조을 대입하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파트너 변호사 간 분배문제 등 지배구조상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판교에 상주 중인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지분으로 자문료를 받는 데 법률상 문제는 없지만, 분배가 가장 큰 문제”라며 “파트너들도 어소시에이트 변호사(Associate Lawyer; 소속 변호사) 월급도 챙겨줘야하고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을 때면 파트너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분배를 해결할 강력한 오너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구글과 일한 파트너들도 주식을 가져간 대신 로펌 내에서 자기 배당을 많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호사들이 그런 위험부담을 지긴 더욱 더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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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