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 급성장…대형 로펌도 자문 적극적
향후 성장성은 의문…”개선될 것” vs. “실익 없다”
-
정부는 올해 들어 블록체인 육성 의지를 보이면서도 그 동력이 될 수 있는 가상화폐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법무법인들은 적극적으로 자문 업무를 늘리고 있다. 궁극적으론 반드시 키워야 하고 성장할 분야기 때문에 미리 접점을 넓히고 새로운 산업을 공부해두겠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 블록체인 등 신선장동력 연구개발(R&C) 비용은 세액 공재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6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블록체인 기술 육성 의지를 천명했다. 일견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가상화폐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작년 9월 초 증권발행 형식의 ICO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한다고 발표했고, 같은 달 말 기술, 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ICO는 새 가상통화를 개발하고 분배한다는 전제 하에 일반의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ICO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ICO를 도외시한 채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할 수 있을 지 의문 섞인 시선이 많다.
그렇다고 정부의 입장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ICO를 금지하기 위한 입법 절차가 작년 중 완료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현실화 한 것은 없다. 올해 초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계획을 밝혔으나 이 또한 유야무야 된 상황이다. 잡음이 이는 것을 경계하다 보니 가상화폐 업체나 거래소에 대한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도 확실한 정책 방향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법인들은 블록체인 관련 자문을 따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태평양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작년 블록체인 기술이 부각되고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커지기 시작할 때부터 정부 당국과 교감하고 자문을 제공해 왔다. 금융자문 내부에 블록체인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선 ‘블록체인과 ICO의 법적 쟁점’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종은 작년 12월 암호화폐 TFT를 출범시켰다. 가상화폐뿐 아니라 블록체인, 핀테크 전반을 아우르는 자문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광장은 ICO(Initial Coin Offering, 신규가상화폐공개) 전담 팀도 두고 있다. 이외 종합 자문역량을 갖춘 대형 법무법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소형 법무법인들의 시장 참여도 잦아지는 모습이다.
법무법인들이 분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불확실한 방침과 무관하게 가상화폐 시장의 참가자는 많아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종류만 40가지에 육박하고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도 20곳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200조원에 이른다.
법무법인 입장에선 블록체인 산업이 당장의 이익의 이익으로 이어지긴 어렵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시장 참가자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법률적 지식을 터득하는 상승효과가 있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도 발행과 거래를 중단하라는 명확한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시장 참가자에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의 자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새로운 산업 분야이기 때문에 법무법인들도 도태되지 않도록 배울 필요성이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이나 ICO 진행 절차, 문제 발생 시 형사 소송 자문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 업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과 가상화페 시장의 전망에 대해선 법무법인끼리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부가 확실한 방침을 정하고 금지한다면 법무법인도 따라야 하겠지만 현재는 확실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 최대한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견이 잘못됐다면 고칠 수 있도록 의견을 내는 것도 법무법인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정부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서 먹을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안타깝지만 가상화폐나 ICO 관련 자문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