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진에어·아시아나가?…항공사 M&A 가능성 주시하는 사모펀드
입력 2018.07.16 07:00|수정 2018.07.17 11:37
    급성장하는 항공산업, 연이은 구설에 경영 안정성 악화
    '조현민 논란' 진에어, 면허취소 시 M&A로 완충 가능성
    '기내식 대란' 아시아나, 시총 적어 적대적 M&A 노출
    PEF업계, 항공사 M&A 촉각…정부와 사전 교감은 필수
    • 항공업계가 연이은 구설로 궁지에 몰렸다. 면허 취소가 검토되는가 하면 물밑에선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사는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도 항공사 M&A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항공산업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저가항공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수요의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15년 38억명이던 국제 여객 수가 2035년엔 72억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 지역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성이 담보된 산업이다 보니 사모펀드가 인수만 성공한다면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다. 오너 일가의 전횡 등 부정적 요소까지 제거하면 더 큰 이익을 누리게 된다.

      유일한 문제는 '라이선스'와 정부 승인 여부인데 최근 항공업계가 처한 현실에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거론된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저가항공사(LCC) 투자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운용사들도 기회가 있다면 항공사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해외에선 항공기 투자로 몇 배의 차익을 거두는 사례도 많았다.

    • M&A 시장에서 최근 가장 먼저 거론된 곳은 역시 진에어.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Cho Emily Lee) 전 대한항공 전무는 미국인이면서 2010~2016년 사이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있었다. 관련법상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사업자가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에 해당하게 된 경우엔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임원 중에 외국인이 있는 경우도 면허 결격 사유다. 조 전 전무가 재직할 당시 세 차례 변경면허가 이뤄졌으나 외국인 임원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10일 국토교통부는 2015년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외국인 임원 등 면허 취소 사유 발생 시 사전통보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응한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진에어에 대해선 청문 절차 및 자문회의 등을 거쳐 처리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면허 취소 여부는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면허 취소 유예기간을 둘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과정에서 '대안' 형태로 매각 혹은 피인수 가능성이 언급돼 왔다. 굳이 정부가 면허취소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대주주를 변경시킬 수 있는 방안이어서다.

      새 주인을 찾는다면 그간 키워 온 사업역량을 지키면서 소액주주(34.56%)의 이익과 직원들의 고용까지 챙기게 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 면허 취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10곳 이상의 PEF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둥 소문이 파다하다”며 “작은 운용사들도 힘을 모아 진에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말했다.

    • ‘기내식 대란’을 겪은 아시아나항공도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가 있었다. 2004~2010년 미국 국적 브래드병식박이 사외이사로 재직해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했다. 다만 당시 항공법에선 외국 등기임원 재직 여부가 면허 취소 강행 규정이 아니었다. 2014년엔 문제 사유가 해소된 상황에서 변경 면허가 발급됐다. 정부는 면허 취소 절차를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표면상 매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시아나항공 M&A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다른 세력이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적대적 M&A 방식이다. 1대 주주, 2대 주주 지분 차이가 다른 기업에 비해 그치 않은데다 시가총액이 작아 필요한 돈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33.47%를 보유한 금호산업이다. 2대 주주는 박삼구 회장과 다툼끝에 돌아선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으로 11.98%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은 9천억원을 밑돌고 있어  단순 계산으론 2000억~3000억원만 투자하면 1대 주주 등극이 가능하다.

      항공산업에 관심이 있던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들이 기회를 보고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항공사 CEO 출신 인사를 모셔온 대기업도 있었다.

      사모펀드들이 투자하기에도 크게 무리가 있는 금액은 아니다. 사실상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으로 평가됐던 2015년 금호산업 M&A에서도 MBK파트너스, IMM PE 등 굵직한 운용사들이 참여한 바 있다. 사모펀드가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과 손을 잡는다면 부담을 덜게 된다. 꼭 경영에 나서지 않고 자금 지원만 하더라도 큰 이익을 기대할 만 하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기치를 내건다면 논란에 휩싸인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는 명분 싸움에서 크게 앞설 수 있다. 기업가치 개선ㆍ부도덕한 오너와 경영진 대체 등을 PEF가 나서 해결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계 혹은 외국 자금을 받은 PEF는 단독 참여가 쉽지 않다. 외국인, 외국법인이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도 면허 결격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계 PEF 관계자는 “법 상 단독으로 항공사 경영권 지분을 취득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고 투자하는 것은 검토할 만 하다”고 말했다.

      관련법에선 항공운송사업자는 대주주 변경 등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엔 즉시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분율의 변동에 따라 경영권이 바뀌었을 경우의 심사나 면허 절차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변동 사례가 없었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닌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평판은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다.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국적 항공사 경영권 변경에 따른 비판 부담이 가장 덜한 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법적으론 기업이 다른 기업 지분을 늘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이와 관련해 별다른 검토를 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 어떤 주체든 정부와 사전 교감은 필수다. 항공사에 새로운 주인이 등극하면 대표자, 사업범위 등 중요 사항을 바꿔야 할 수 있는데 이 때마다 변경면허를 받아야 한다. 심사 과정에선 ▲항공교통 안전 ▲이용자의 편의 ▲재무능력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후에도 노선 취항 허가 등 정부의 눈치를 볼 일이 많다.

      항공사 M&A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 모두 두 그룹의 핵심 자산이다. 경영권 위기가 있으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든 수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가 드러내 놓고 어느 편을 들거나 조율할 상황도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의 특성상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사모펀드보다는 일반 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질 수 있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이미 상당 기간이 지난 문제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권력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국민 감정 때문에 경영권 변동을 유도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