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들과 논의 중" 해명하기도
크레딧 업계 "이례적인 일"…부채비율 전년 수준으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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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월드가 메리츠그룹에 발행한 전환우선주(CPS)를 자사주 형태로 되사들인다. 기한 내 신규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우회로를 선택했다. 연초 5000억원 규모 자본 유치를 발표하며 차입 구조 개선을 밝혀왔지만, '6개월짜리 대출'에 그칠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결국 적중했다는 평가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오는 16일 메리츠증권에 발행한 3000억원 규모 CPS에 '콜옵션'을 행사할 전망이다. 이어 이랜드월드가 보유 현금을 통해 메리츠 측에 발행한 CPS를 사내 자사주 형식으로 사들일 예정이다.
일각에선 메리츠와 이랜드 측이 옵션 행사기한을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달 초 메리츠 측과 합의한 사모사채 증액 발행(3500억원→4000억원) 선결 조건로 CPS 해결이 포함됐던 만큼 큰 틀에서 합의는 이미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랜드 측은 투자 유치 당시 CPS 투자자에 약 10%대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이랜드월드 최대주주이자 그룹 오너인 박성수 회장이 이 주식을 되사줘야 하는 풋옵션이 걸려있던 점은 그룹에 부담이었다. 콜옵션 행사일 이전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스스로 떠안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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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도미누스·산업은행 PE 등 잠재 투자 후보들에게 콜옵션 행사일과 동일 날짜인 '7월 16일'을 최종 기한으로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핵심 투자자들이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안이 부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랜드는 투자유치 무산 보도 직후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환우선주의 상환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외투자자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교체 작업을 할 것"이라 사실상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인캐피탈 크레딧 펀드 등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은 데다 조견 변경 기한이 다가오며 결국 이 같은 방법을 택했다.
투자자간 협의에 따라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아닌, CPS를 자사주로 사들인 사례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랜드 월드측은 자본 유치를 바탕으로 작년 말 기준 198% 수준이었던 연결 부채비율을 올해 상반기 168%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사들의 정기 평가 기간과 맞물려 최근 회사의 단기신용등급 상향(A3)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회계상 자사주 매입은 자본의 차감으로 분류되는 만큼 16일 이후 회사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 측이 지난해까지 단기성 차입금을 돌려 막는데 급급하다 시장에 굵직한 장기화 성과를 알렸지만 결국 6개월짜리 신기루에 그친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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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13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