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지주, 오일뱅크 IPO서 최대 1兆 조달…활용처는?
입력 2018.07.19 07:00|수정 2018.07.23 09:55
    오일뱅크 시총 8조~9조 추정...최대 2조 공모할 듯
    현대重지주, 최대 50%까지 구주매출 고민...자금 조달 목표
    신사업 M&A·현대중공업 지분 추가 매입 등 전망 나와
    •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가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구주 매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주회사로서 뭉칫돈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핵심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상장 이후, 자금 활용 방향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기업가치도 변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제출했다. 우량기업 상장 간소화 절차(패스트트랙)를 밟아 이르면 내달 중순 예심을 통과할 전망이다.

      아직 공모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예심청구서의 상장 예정 주식 수에 현재 발행 주식 수인 2억4508만주라고 기재했다. 신주를 얼마나 발행할지 아직 내부적으로 몇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단계다.

      이번 공모에서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는 '상당 규모'의 구주 매출을 준비하고 있다. 구주매출 규모 역시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공모 규모의 25%에서 최대 50%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상장 후 거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구주 매출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일단 힘을 받고 있다.

      상반기 공모 절차를 진행한 SK루브리컨츠 역시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구주 매출을 준비했다. 당시 공모희망가 밴드 기준 1조3000억원의 공모 금액 중 80%인 1조원이 SK이노베이션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였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9380억여원이었다. 동종업체 SK루브리컨츠가 공모 당시 제시한 주가순이익비율(PER) 11.2~13.5배를 그대로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10조~12조원 안팎으로 산출된다. 다만 이는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치다. SK루브리컨츠는 국내외 기관의 외면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정유업체의 평균 PER은 9배 안팎이다. 공모가 할인까지 감안하면 현대오일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8조원에서 9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전체 시가총액의 20~30%를 공모한다고 가정하면, 공모 규모는 1조5000억~2조원 수준이다.

      공모 구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대중공업지주로서는 최대 1조원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일단 현대중공업그룹에선 현대오일뱅크 IPO로 유입되는 자금을 재무건전성 확보와 신사업 추진에 활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구주매출 규모와 더불어 자금 활용처에 대해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지주회사지만, 핵심 사업인 로봇부문의 경쟁력이 크진 않다. 지난해 실적 기준 세계 6위, 시장점유율은 3% 수준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로봇부문 매출액은 3900억여원으로 연결기준 전체 매출의 6.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가 확보한 자금으로 적극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113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부터 3년간 연평균 24%씩 성장해왔고, 앞으로 2025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자금을 활용해 현대중공업 지분을 추가 취득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27.84%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기준은 충족하고 있지만, 아직 현대중공업을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까닭이다.

      회계기준상 지분율 30% 이상을 초과해 보유하며 최대주주인 경우 자회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주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면 핵심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지분 2.16%, 시장가격으로는 1500억여원어치를 더 사들이면 지분율이 30%를 넘게 된다.

      지배구조 개편 완성을 위해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계열사 중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의 손자회사로, 현대중공업지주 입장에서는 증손자회사다. 다만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지분율은 42%로, 공정거래법상 증손자회사 보유 기준(100%)과 맞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지주가 매입하면 지주회사 요건을 맞출 수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부채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 45%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이 자금을 손에 쥐고 있어봐야 재무건전성엔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자회사의 운영자금으로 내려보낼지, 당분간 큰 계획없이 손에 쥐고 있을지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기업가치와 주가가 큰 영향을 받을거란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모 구조나 자금 활용처 등에 대해 현재로선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