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카카오M 합병 논란…시너지보다 현금확보 전략?
입력 2018.07.23 07:00|수정 2018.07.24 09:52
    카카오M, 4000억 순현금 보유 알짜 자회사
    카카오, 투자재원 확보하려는 시각 우세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사업은 적자
    적자 사업부 떼고 알짜만 합병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 카카오가 자회사인 카카오M을 합병하는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는 중장기적인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뚜렷한 청사진은 없다. 카카오M이 보유한 현금을 빼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시장의 평가가 적지 않다.

      카카오는 카카오M을 9월1일자로 흡수합병해 콘텐츠 제작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멜론’ 이용자 기반을 ‘카카오톡’ 이용자 전반으로 확대하는 한편 음악 콘텐츠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데이터, 플랫폼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단 구상이다. 음악 및 영상 사업은 별도 법인으로 분사 후 추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다.

      최대주주인 카카오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76%에 달하는 만큼 소액주주가 반대하더라도 합병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합병을 바라 보는 시장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단순히 카카오톡과 멜론의 결합이라면 굳이 합병을 하지 않고서도 가능한데다,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음악 및 영상 사업 IPO는 ‘먼 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회사 중에서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카카오M을 카카오의 투자재원을 활용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많다. 카카오M은 약 4000억원의 순현금과 연간 1000억원 내의 잉여현금 흐름을 내는 카카오의 몇 안 되는 알짜 자회사다. 이 수익의 대부분은 멜론 사업부에서 나오고 있다.

    •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가 밝힌 내용 만으론 합병 취지에 대해서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라며 “결국 카카오M이 보유한 현금을 가져오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멜론의 수익성 부진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합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SM, JYP, 빅히트 3사가 SKT의 아이리버를 통해 신규 음원플랫폼 출시하면서 SKT의 음원플랫폼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멜론이 독주하고 있는 음원시장의 경쟁이 심화 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만큼 수익성과 주가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사업이 얼마나 본궤도에 오를지도 미지수다. 카카오M은 가수 아이유가 소속된 페이브와 크래커, 플랜에이, 문화인 등의 음악 전문 레이블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상콘텐츠 제작사 크리스피 스튜디오와 메가몬스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 플랫폼 역량이나 인적 자원 면에서 이들이 목표로 하는 스튜디오드래곤과 비교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카카오톡 플랫폼이 있다고는 하나 CJ그룹이 보유한 케이블 방송과 작가진의 역량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알짜인 멜론만 카카오에 붙이고, 수익성이 부진한 콘텐츠 사업은 분사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번 합병을 놓고 경영진간의 갈등양상도 포착됐다. 박성훈 전 카카오M 대표가 넷마블로 자리를 옮긴 것도 카카오M 합병을 놓고 현 경영진과의 갈등에서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한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는 “합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수용 대표와 박성훈 대표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이 과정에서 박성훈 대표는 자리를 옮기고, 카카오는 조수용-여민수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