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에 이어 즉시연금까지 곤욕 치르는 삼성생명
입력 2018.07.24 07:00|수정 2018.07.23 18:51
    즉시연금 지불 금액만 4000억
    보험사 생명이 신뢰도에 타격
    26일 열릴 이사회에 이목 집중
    • 삼성생명이 또다시 약관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즉시연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작지 않은데다 감독당국과 맞서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 고민이 크다. 이사회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오는 26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과소지급분 일괄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지급하다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운용수익의 일부가 책임준비금을 쌓는데 들어가 연금이 줄자 민원이 제기됐고, 금감원은 연금 과소지급으로 판단해 이에 대해 일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생명은 당황하고 있다.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4000억원인데다 업계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 아직 도입이 안된 일괄구제제도를 시범 적용한다는 점에서 업계 내에서 반발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이란 게 모든 것을 표시할 수도 없고, 여러 자료를 통해 충분히 설명이 돼있는데 감독당국에서 규제만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역시도 약관의 해석 문제로 불거졌다. 당시 삼성생명은 CEO 징계절차에까지 회부되면서 결국 금감원의 지침을 따랐다. 이번에 흘러가는 양상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감원장까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자칫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감독원과 대치국면으로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부분은 보험사의 영업의 생명인 신뢰도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는 점이다. 조그만 보험사도 아니고 업계 1위 보험사가 약관 문제로 보험금을 지급하냐 마냐 하는 문제로 금감원과 다투는 모양새가 회사 입장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안 주기 위해서 약관마저 속인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냥 감독당국만 탓할 수만은 없다.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도 금융사들은 감독당국의 규제방침에 촉각을 곤두 세운다. 수년 전부터 감독당국은 사후규제를 강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업계에 전달했다. 일괄구제 사례가 해외에는 없다고 반박하기도 하지만, 약관에 문제가 있다면 이런 항변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선다.

      한 보험사 임원은 “자살보험금 사태와 마찬가지로 감독당국의 규제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며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적극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회사뿐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열릴 이사회의 결정 방침에 따라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질 경우 다른 보험사들도 감독당국의 규제에 반발할 수 있다. 다만 내부에서도 감독당국의 방침이 확고하다 보니, 법적 다툼으로 번질 경우 사안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