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삼성·KB…실적 급한 증권사, ELS에 '올인'
입력 2018.07.24 07:00|수정 2018.07.25 09:30
    메리츠證, 전년말 대비 발행잔액 '40배' 증가
    배당사고 삼성證도 발행 늘리며 등급전망 하향
    내년 사장 임기만료 앞둔 지주계 증권사도 합류
    •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을 비롯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주식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이들은 경쟁사들보다 실적 개선이 더 다급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 부양 의도로 시장의 수요가 높고, 접근이 손쉬운 파생결합상품 판매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자본 여력과 글로벌 시장의 추이로 볼때 이 같은 전략을 오래 끌고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주식 기반 파생결합상품(ELS, ELB) 발행 규모는 41조3277억원으로 이른바 'ELS 대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5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ELS 상품의 주력 기반인 홍콩항셍기업금융지수(HSCEI;홍콩H지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화하며 발행이 크게 늘었다.

      증권사간 발행 경쟁도 시장 규모 확대의 배경이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극적으로 파생결합상품 발행 규모를 늘린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지난해 말 670억여원에 불과했던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 6월말 기준 파생결합상품 발행잔액은 2조5970억원으로 40배나 늘어났다.

      삼성증권도 발행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1조4400억여원, 25%나 늘어났다. KB증권도 상반기 발행잔액이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한때 ELS 시장의 '큰 손'이었다가 자본여력 부족과 지주의 경고로 발행을 크게 줄였던 신한금융투자 역시 발행량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같은 은행지주계열 하나금융투자도 6개월 사이 발행잔액이 지난해 말 대비 20% 증가했다.

      파생결합상품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래에셋대우는 오히려 7000억원가량 발행잔액을 줄였다. ELS 시장의 '빅 플레이어'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시장 활황에 발맞춰 10% 정도 발행을 늘리는 수준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의 발행 확대가 시장 확대를 이끈 셈이다.

      이들은 '실적'에 대한 부담을 가진 증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분기 순이익 기준 전년 및 전분기 대비 역성장할 전망이다. 그간 메리츠종금증권의 실적을 견인해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까닭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PF 사업 관련 수익내역을 구분해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 규모로 이익 규모를 가늠해볼수 있다. 2016년 말 4조9142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말 4조7379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집중도가 높은 대출금 규모도 1조9000억여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부동산금융에서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줄인다는 건 곧 수익감소를 뜻한다. 지난 1분기 메리츠종금증권의 기업금융수수료 수익은 연결기준 3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5억여원 대비 18% 감소했다.

      삼성증권 역시 연초 배당오류 사고로 수익 감소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홀세일 부문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의 거래가 끊겼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대비 20%가량 이익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증권은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두 공동대표가 '실적'을 입증해야 연임을 꿈꿀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을 지탱해준 트레이딩 부문에서 올해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며 수익 다변화가 필요해졌다. 신한금융투자의 김형진 사장과 하나금융투자의 이진국 사장도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당장은 수익의 결실을 볼지 모르지만, 파생결합상품 판매 규모를 늘리는 건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은 아니라는 평가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유럽연합(EU)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파생결합상품 판매가 늘어나면 증권사의 자본부담이 커지고,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 역시 커진다.

      이미 경고의 신호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삼성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파생결합증권 발행 확대 등에 따른 자금조달구조 및 레버리지의 약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국내외 증시 등락에 따른 손익 변동이 늘어날 가능성을 언급하며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6월 홍콩H지수 관련 ELS 판매 비중이 전체 상품의 80%수준까지 늘어난 건 일부 증권사가 '시장에서 잘 팔라는 ELS'를 공격적으로 내놓은 것도 한 몫했다"며 "변동성 장세에서 ELS의 대규모 발행은 중장기적으로 증권사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