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니콘 요람은 MIT?
입력 2018.07.26 07:00|수정 2018.07.27 10:02
    전통 은행업 미래 불투명해져
    디캠프 통한 간접 투자 힘 실려
    미래 유니콘 직접 투자도 증가
    • 디캠프(D.CAMP, 은행권청년창업재단)는 2012년 은행연합회의 사원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재단이다. 지금까지 1000곳 이상의 초기 기업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창업자 사이에선 디캠프를 모르면 간첩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4월 마포 청년혁신타운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청년 창업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유휴 시설인 마포 신보 구사옥을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에선 MIT(Mapo Innovation Town)라고 칭하며 애정을 드러내는 사업이다. 300여개 청년기업이 입주하는데 이 관리 업무를 디캠프가 맡게 됐다. 외부의 기획 전문가 초빙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에 떠밀리거나 사회공헌 목적이 아니면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데 인색했다. 그러나 갈수록 전통 은행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해 가외 수익을 거두기 위한 시도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해외에선 이미 전통 은행의 VC 출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소속 벤처캐피탈(VC)인 스케일벤처파트너스(Scale Venture Partners)는 최근 4억달러 규모 펀드 결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디캠프는 은행과 창업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은행들은 자본비율이나 특유의 보수적 문화 때문에 과감하게 움직이는 것이 부담이 되지만 디캠프가 활약하며 간접적이나마 창업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최근엔 디캠프에 대규모 자금 추가 출자가 예정되며 힘이 실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초기 기술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 기업에 투자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키우고 미래 수익도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과거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에 의존해 투자했지만 앞으로는 자체 심사 역량을 강화해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수 십 곳의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기업별 투자 규모는 10억원 이하로 제한한다.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손실이 날 경우 혁신 기업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부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 실패 시 징계도 과감히 면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스타트업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밸런스히어로 등 스타트업 기업에도 투자했다. KB국민은행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업무협약을 맺고 청년창업기업에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KEB하나은행도 스타트업 등 중소·벤처기업에 매년 1200억원을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10년 전에 눈을 떠서 판교에 가 있는 큰 IT 기업들에 투자했으면 큰 돈을 벌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면 제2의 삼성전자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