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증권사 실적, 결국 '트레이딩' 차이…사장 연임에도 영향?
입력 2018.07.30 07:00|수정 2018.07.27 18:31
    브로커리지 수익이 실적 핵심...여전한 '천수답'
    신한證 GMS, 전년比 트레이딩 수익 2배 증가
    KB證은 S&T 실적 급감...하나證, 부동산·파생 집중
    • 경쟁관계인 은행계 증권사 3곳의 올 상반기 실적이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갈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조직한 그룹투자운용(GMS)부문이 힘을 내며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KB증권은 저조한 성과에 발목이 잡혔다.

      신한금융투자·KB증권·하나금융투자를 이끌고 있는 4명의 사장들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가을이면 그룹의 경영실적평가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상반기 실적이 미칠 여파도 무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계 증권사 3사는 올 상반기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대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3곳의 합산 순이익은 총 442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815억원)보다 57%나 늘어났다. 5~6%수준이던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도 8~10%로 증가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증권 3사의 실적은 올해 상반기 증시 활황에 상당부분 기댔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신한금융투자는 63%, 하나금융투자는 51%, KB증권은 47%나 브로커리지 부문 위탁수수료 수입이 늘어났다. 이는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하며 5월까지는 대체적으로 증시 분위기가 좋았던 까닭이다. 6월부터 증시가 내리막을 걸으며 3분기 이후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은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계 증권사들은 비교적 자본력을 갖췄지만, 국내 증권업계의 고질병인 천수답(天水畓)식 실적은 아직 피할 수 없다"며 "증권을 비은행 부문의 새 희망이라고 추켜세우는 건 다소 이른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 증시 활황의 수혜를 골고루 받은 가운데 KB증권의 더딘 성장이 눈에 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가까운 수익을 냈지만, KB증권의 순이익 성장폭은 10%대에 그쳤다.

      원인은 S&T부문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출신 신재명 부문장이 이끄는 KB증권 S&T부문은 지난해 13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엔 영 분위기가 달랐다. 연초부터 'KB증권이 트레이딩에서 거액의 손실을 봤다'는 소문이 돌아다녔고, 실제로 지난 1분기 S&T부문 영업이익은 8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453억원이나 감소한 금액이다. 2분기에도 이런 추이가 이어지며, 올 상반기 수입수수료 규모가 1000억원이나 늘었음에도 순이익은 230억여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 자기매매 부문에서 21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060억원 대비 2배 늘었다. 26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이익을 제외한다해도 상당한 성과다.

      올초 그룹의 자산운용부문을 모아 김병철 부사장이 이끄는 GMS 조직을 발족한 이후 시너지가 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등 투자의 기회가 수 차례 있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과감하게 대응했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S&T 부문이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수익 구조는 타사와는 조금 다르다. 하나금융투자는 주식연계증권(ELS)이나 채권연계증권(DLS) 등 파생결합상품을 S&T부문 수익으로 반영한다.

      하나금융투자의 올 상반기 말 기준 ELS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조원 가까이 늘었다. DLS 발행 잔액은 최근 3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전 증권사 중 최대 수준이다. 부동산금융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IB부문 역시 수익에 일조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의 수익성 위주 정책은 자본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오래 지속할 순 없을 것"이라며 "경영진에게 단기적 성과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의 우발채무 총액은 지난해 말 9300억여원에서 최근 1조7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나금융투자를 이끄는 이진국 사장의 임기는 내년 초 만료된다. 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1년짜리 연임이었다.

      다른 은행계 증권사들도 마찬가지. 신한금융투자의 김형진 사장도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KB증권의 윤경은·전병조 사장 역시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난다. S&T는 윤경은 사장의 담당영역이다. IB부문을 맡고 있는 전병조 사장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는 성장을 끌어내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은행계 증권사의 경우 사실상 3분기 실적이 나온 직후 그룹 차원의 최고경영진 평가가 시작된다"며 "현직 사장들이 연임 여부에 상반기 실적이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