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 지분거래, 치솟는 유가 고민…베인캐피탈 발 뺄듯
입력 2018.07.30 07:00|수정 2018.07.30 07:10
    지난해 60달러선이던 유가 80달러까지 치솟아
    베인캐피탈, 어렵사리 협상이어가고 있지만
    치솟는 유가에 투자회수 불안감 커져
    •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이 사실상 결렬위기에 처했다.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마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업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투자금융(IB)업계에선 '사실상 끝난 딜'이란 평가마저 나온다.

      지난 25일 삼성물산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해당 거래와 관련 " 우선협상자인 베인케피탈와 관련자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거래는 지난해 말부터 매각이 추진됐지만 진전이 없자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회사 측 답변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융(IB)업계에선 사실상 딜이 무산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협상 자체가 답보상태에 빠졌기 때문. 협상을 어떻게 든 진행하려는 베인캐피탈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딜은 일단 시작단계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손해는 보지 않고 팔아야 하는 삼성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요구하는 인수자 ▲우선매수권은 갖고 있지만 이번 딜에서 얻을 실익이 없는 한화가 엮여 있었다. 애당초 서로가 만족할 해법을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딜이 진행되면서 이런 문제는 그대로 하나 둘씩 현실화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베인캐피탈을 선정했지만, 삼성측에서 손실보전에 관련한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협상의 난항을 겪었다.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측에서 당초 약속했던 손실보전 조건을 대폭 축소하면서 다른 후보들은 일찌감치 빠져나갔고 베인캐피탈과의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라며 “그래도 투자의지가 강했던 베인케피탈이 바뀐 조건을 수용하면서 딜이 진행됐던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한화 측에서 이전에 삼성과 맺었던 주주간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베인캐피탈로서는 수천억원을 투자해야하는 터라 이사회 참여를 요구할 상황이지만, 한화로서는 이 조건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애당초 오너들간 선의로 맺어진 거래를 삼성이 뒤튼 모양새가 됐고, 한화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2대 주주 지분매각이었기 때문.

      더 큰 문제는 딜이 시작됐던 지난해 말 이후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지분가치마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베인캐피탈이 협상을 진행했던 이유는 미국에 투자해 놓은 석유화학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60달러였던 유가가 최근 80달러 선까지 올라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수익의 대부분은 자회사인 한화토탈의 배당에 의존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수지(polymer), 화성(base chemical),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데 이들 모두 유가와 밀접하게 수익이 움직인다. 최근 3년간 핵심 제품들의 수급환경이 개선되면서 큰 폭으로 수익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6256억원, 8394억원을 배당했다.

      하지만 유가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값 인상이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수급부문에서는 공급과잉 우려도 나온다. 주요 수출품인 PE(Polyethylene)의 경우 미국 내 증설로 공급증가가, 다른 주요 수출품들도 중국 내 자급률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그간 저유가, 좋은 수급환경 영향에 수익성이 좋았다면 앞으로 이 두 부분 모두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과거 3년간 저유가와 우호적인 수급환경이 겹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호황이 이어졌다”라며 “하지만 올해부터 유가가 오르고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이 늘면서 이전과 같은 수익성을 유지할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업이 정점에 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초 삼성물산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24%)의 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지금의 시장상황이면 조단위의 자금을 들여서 소수지분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맞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삼성 측에서 약속한 손실보전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투자 회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협상이 더욱 어려운 국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베인캐피탈이 감내 해야 하는 리스크는 커진데다, 삼성-한화 양 측 모두 이번 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