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혁신펀드, 시중은행은 무(無)순위로 1750억원 출자
입력 2018.08.01 07:00|수정 2018.07.31 18:14
    위험 부담도 추가 수익도 싫은 시중은행 성향 반영
    모·자펀드 출자자 별 비중 달라…배분율도 달라질 듯
    민간 자금엔 선순위 부여…위험 부담 줄여 참여 유도
    중·후순위 비중 및 수익율 낮춰…모험자본 역할 고려
    •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자는 크게 4개 군으로 나뉜다. 정책금융기관이 선-중-후순위로 출자해 위험을 나눠 지고 시중은행은 무(無)순위 출자자로 참여한다.

      다른 투자자의 위험을 막는 역할을 맡길 원치 않는 은행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출자해 결성하는 모(母)펀드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해당한다. 집합투자규약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손익의 분배' 또는 '손익의 순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일단 정책금융기관들은 모펀드의 선-중-후순위에 나눠 출자하기로 했다. 통상의 경우처럼 후순위로 갈수록 위험과 기대 수익률이 높다.

      반면 시중은행 출자자들은 별도의 순위가 없다. 위험을 더 지지 않기 때문에 부가 이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 수익보다는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둔 형태다. 정책금융기관도 일부 자금을 무순위로 출자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수익률은 모펀드 전체의 성과와 직접 연동된다. 즉 모펀드가 전체적으로 10% 이익을 냈다면 출자금에 10% 더한 금액을 가져간다. 손실을 낸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위는 없지만 이익 혹은 손실의 확정성이란 면에선 가장 앞서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나머지 자금을 순위 출자자들이 우선권대로 나눠 갖는다.

      자펀드도 모펀드와 비슷한 순위 구조를 갖는다.

      모펀드와 마찬가지로 자펀드도 투자자 간 손익에 차등을 둘 근거가 있다. 자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속하며, 업무집행사원에 대한 손익 분배 및 순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상법상으론 무한책임사원과 유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되는 합자회사고 내부 관계에 대해선 민법의 조합에 대한 규정을 준용한다. 조합은 당사자끼리 이익 또는 손실에 대해 분배의 비율을 정할 수 있고 사모펀드(PEF) 특유의 워터폴(Waterfall) 구조도 가능하다.

      다만 수익배분의 세부 내용은 차이가 난다. 모펀드는 출자 구조가 중층적으로 이뤄졌다기 보다는 수익권을 달리해 순위를 부여한다. 반면 자펀드는 각 출자자들의 출자금별로 순위를 가진다.

    • 이에 따라 자펀드 순위 출자자의 성과가 그대로 모펀드 출자자 순위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자펀드에서는 선순위 자금의 비율이 늘어난다. 민간에서 별도로 모은 자금에 선순위가 부여되기 때문. 무순위에 이어 선순위 안에서도 모펀드에서 온 선순위 자금과 외부에서 온 선순위 자금의 출자 비율대로 이익이 나뉜다. 민간 자금에 선순위를 부여하는 이유는 위험 부담을 줄여 시장 주도 구조조정 활성화를 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회사 투자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별도의 수익은 얹어주지 않고 원금까지만 보장하기로 했다.

      자칫 수익률이 낮다면 시중은행 등 무순위보다도 가져가는 것이 적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은행 등 무순위 출자자보다 이익이 낮다는 판단이 나오면 외부투자금 매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성 있는 대형 기관은 선순위, 낮은 수익률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만 운용사들이 제안하는 바에 따라 개별적인 펀드 구조와 배분 순위는 다양하게 바뀔 여지가 있다.

      동시에 운용사들의 역량에 따라 민간 투자자들의 수익성이 갈리게 된다. 민간 투자자들은 하방 위험만 어느 정도 막아주면 해볼 만 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성장금융은 중순위ㆍ후순위의 수익 배분율은 기업구조혁신펀드 취지에 맞게 결정하기로 했다. 위험을 지는 만큼 반대 급부는 있어야 하지만 수익률이 너무 높으면 정책적 목적과 동떨어질까 우려도 있어서다. 운용사에 대해선 민간 주도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보수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성장사다리펀드의 재기지원펀드는 후순위 비중이 20%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엔 무순위를 제외하면 중순위와 후순위를 합해도 10% 수준에 그친다. 후순위 비중이 높으면 민간에서 위험성이 높은 사업으로 인식해 경계하기 때문에 비중을 낮췄다. 재기지원펀드를 운용하면서 민간 주도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