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카드 꺼낼까?
입력 2018.08.06 07:00|수정 2018.08.03 14:38
    현대차 중심의 기술협력 '속도'
    수정안 대신 현대차 중심 개편방안 마련에 '관심'
    구조개편 핵심, 정 부회장 최측근 김걸 사장 승진
    지배구조개편 마지막 기회 "물밑 작업 진행될 듯"
    • 다시 추진하게 될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은 '재시도' 보단 '마지막 도전'에 가깝다.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개편 방안은 단순한 합병비율의 문제를 넘어서 그룹의 비전을 대변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업의 성장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를 고려하면 결국 마지막 도전에 나설 현대차그룹이 주력사인 현대차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정당성도 성장성도 보여주지 못한 모비스 중심 구조개편안

      사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력사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목 받지 못했다. 기존안은 현대모비스를 분할, 존속회사를 사실상 지주격 회사로 격상 시키고, 현대글로비스에 모비스 모듈 사업부를 붙이는 방안이었다.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의선 부회장은 핵심 사업부를 떼낸 모비스를 "그룹의 중심이자 글로벌 부품 메이커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으나 끝내 설득에는 실패했다.

      실제로 현재 현대모비스의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비춰봤을 때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방안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현대차에 종속돼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부품 메이커 수준의 기업으로 키워 그룹의 메인이 되겠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았다"며 "지난 기간 동안 선도적인 기술개발 또는 외부 기업과 기술협력 등을 통해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왔으면 모를까 갑자기 모비스 중심의 개편 방안을 발표한 것은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 이상으로 비춰지기 어렵다"고 했다.

      최초 현대차 지배구조개편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당시엔 현대차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현대차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고, 올해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 또한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는 '공정거래법'에 위배되고, 현대모비스의 M&A에 제약이 많다는 점을 들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에선 지주사와 자회사가 공동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미래차 기술과 관련한 기업의 인수가 어렵다는 논리도 포함돼 있었다.

    • ◇ 현대차 중심으로 미래차 키우는 현대차그룹…마지막 시도는 '정공법?'

      최근 들어선 모비스보단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협력 관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굵직한 글로벌 기업의 M&A보단 미래차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에 지분투자, 기술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인수를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대신 올해 들어서만 10여곳의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일부 업체들과의 기술 협의 과정에서 모비스, 현대오토론 등과 협력하겠다고 했으나 현대차 자체적으로 미래차 기술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미가 더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에 전략기술본부 자체적으로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술 교류를 통해 미래차 기술을 내재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분명 현대모비스와의 교류도 있겠지만, 모비스가 주체가 돼 움직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재추진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현대차를 활용하는 방안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일부 수정안, 즉 ▲모비스-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을 조정 ▲분할회사를 증시에 상장해 시가평가를 받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모비스의 명확한 성장 비전과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또다시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평가다.

      대신에 공정거래법과 차후에 있을 제약 사안들을 차치한다면, 투자자들이 끊임 없이 제안해 온 현대차를 활용하는 방안에 반대할 명분은 만들어 제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를 분할하거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명 제약사항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 같은 방안이 구조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업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대차가 마지막 기회로 생각한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정공법을 택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외 판매부진과 노사갈등,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대내외 이슈들이 산적해있는 탓에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수정 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아직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한 TF 구성 등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정의선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걸 사장이 최근 승진했고, 이에 따른 관련 조직 정비도 예상되고 있어 물밑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